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건설회사 백제인이 설립?

김성도 문화재청 사무관 <건축문화재 이야기> 펴내   

원시방식으로 건축물 짓던 일본

불교와 함께 고급기술 전해지면서 점차 발달 

사찰 헐어 유교시설 자재로 사용 사례도 밝혀

 

 


  
 특히 6세기경 백제로부터 고급 불교건축기술이 전해지기 전까지 일본은 땅에 구멍을 파고 여기에 기둥 밑둥을 묻고 식물성 재료로 지붕을 얹었다. 일본에서는 이런 방식을 ‘훗타테바리사’라고 하는데, 일본건축학회에서는 불교 도입 전의 건축은 모두 훗타테바시라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뿌리를 같이 한 일본 불교는 이후 중국불교 수입, 일본 전통 종교인 신도(新道)와의 결합 등을 통해 한국 불교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됐다.한국불교 건축을 모태로 한 일본불교 건축물이 현재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바뀐 까닭은 무엇일까. 외부 환경에 노출된 석조문화재를 수리할 때 주변 환경에 대한 실측은 왜 필요할까. 이러한 물음에 명쾌히 답하는 책이 나왔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에 재직 중인 김성도 사무관이 쓴 <건축문화재 이야기>다.


일본불교의 전통 건축기술은 백제로부터 시작됐다. 백제는 577년 경론(經論)과 함께 조사공(造寺工), 조불공(造佛工), 와박사(瓦博士) 등을 왜에 보내 불교문화 일체를 전했다는 사실은 일본 측 기록에 나타나 있다. 저자에 따르면 당시 왜에 건너가 시텐노오지(四天王寺) 건립을 담당했던 백제인 가운데 금강중광을 위시한 3인의 건축기술자가 578년 설립했던 콘고오구미(金剛組)는 2005년 자금난으로 타카마쯔켄세쯔(高松建設)에 합병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건설회사로 일본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1400여년을 이은 건축의 명가 콘고오구미가 만든 사찰은 1995년 10만채의 건물을 완전히 파괴한 고베지진을 아무 손상 없이 견뎌냈다. 이는 미국 브라이언트 대학 학장을 지낸 윌리엄 오하라가 쓴 <세계 장수 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빈발하는 지진과 태풍 등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시대가 지남에 따라 새로 지어지는 일본 불교 건축은 우리나라 불교와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바뀌었다”며 “19세기에 이르러 수도권 일원의 일본 사찰에 건립된 불전은 동시대 수도권 일원의 한국 사찰에 건립된 불전과 전혀 다른 건축 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우수한 건축기술은 여전히 일본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단 위에 초석을 두고 그 위에 기둥을 받치는 석재를 얹은 후 기둥을 세우는 독특한 방식은 현재 일본 내 사찰이나 고급 전통 건축물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은 엔가쿠지 쵸쿠시몬(圓覺寺 勅使門), 즈이쇼오지 다이유우호오덴(瑞聖寺 大雄寶殿) 등에 남아있다. 백제가 건축술을 전하면서 기단과 초석이 비로소 등장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불교말살 정책에도 한국불교는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을 다했음을 밝혔다. 한국불교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결과적으로 전통적 특성을 강화시켰다는 것. 일제강점기 건립된 한국불교 건축을 분석한 결과 고종조 이래 형식을 그대로 이어갔다고 강조했다. 불전 실내 마루의 경우 1926년 이래로 우물마루에서 장마루로 바뀌었지만, 이는 일본 장마루 방식이 아닐 뿐 아니라 예외 없이 다다미로 구성하는 일본 불전의 실내 바닥과도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사찰 건물을 해체해 서원 등 다른 용도의 건물도 짓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전통건축에서는 건축물 부재를 해체해 재사용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사찰을 훼철해 유교적 기반 시설 및 관청 시설로 삼은 사례에 대해서는 기록에도 드러나 있다. 조선왕조실록 태조 2년(1393) 3월1일자에 야광사(野光寺)를 훼철해 관사(官舍)를 고쳤으며, 성종 3년(1472) 2월6일자에도 월봉사(月鳳寺)를 훼철해 관사(官舍)를 고치는데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책은 건축문화재 수리이야기, 현장이야기, 역사가 전하는 이야기 등 총 3장으로 구성돼 있다. 건축문화재 수리 개념과 국가마다 차이를 보이는 수리 방법 등 문화재 수리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내용을 담고 있다.


주남철 고려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건축문화재는 그것을 만든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가 담긴 결정체”라며 “일반에서 접하기 힘든 건축 문화재 수리 사항과 풍부한 사진 자료 등을 통해 알기 쉽게 구성해 누구나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교신문 홍다영 기자 | hong12@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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