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바이오 융합기술' 세계 최고 석학 '루크 리' UC버클리 교수

나노바이오융합기술의 현재와 미래

 

 

루크 리(55·한국명 이평세)교수

 

 

루크 리(55·한국명 이평세) 미국 UC버클리 생명공학과 교수는 1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39세에 교수로 임용된 ‘늦깎이 연구자’다.

 

하지만 교수 임용 5년 만에 테뉴어(tenure·정년 보장)를 받았고, 2011년에는 결핵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칩을 개발하는 등 단숨에 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나노기술과 바이오기술을 융합한 첨단 의학 장비 개발의 선구자로 꼽히는 한국계 미국인 과학자다. 2010년에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호암상을 수상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24일 개최하는  ‘2014 미래기계기술포럼 코리아’에서 루크 리 교수는 차세대 제조기술 세션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다.

 

포럼에 앞서 루크 리 교수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나노바이오 융합 기계기술의 현재와 미래 전망에 대해 들어 봤다.

 

이번 포럼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하는가.

10년 이상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통합적 분자 진단 시스템(iMDx)’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것처럼 하나의 자동 진단 플랫폼으로 다양한 생물학적인 시료의 특성을 분석해서 의학적인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암이나 심장질환, 전염병 등 다양한 질병을 탐지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디자인을 변경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오기술은 물론 초미세 공정을 만드는 나노 기술과, 생체 특성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고 증폭하는 전자공학 기술 등 많은 분야의 융합이 필요하다. 이번 포럼에서 서로 다른 과학기술 분야를 융합해서 바이오칩 제작 공정의 통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런 기술이 바탕이 돼야 좋은 바이오칩을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에도 적용된다고 하는데.

통합적 분자 진단 시스템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면 환자 맞춤형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바이오칩 위에 배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세포를 이용해서 환자 맞춤형 의약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신약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실험 과정에서 인간이 아닌 동물 모델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동물 모델은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과 다르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실패율이 높다.

 

최근 우리 연구팀이 바이오칩에서 배양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인간의 심장과 간에 대한 실험 모델을 만들었다. 보통 신약 개발이 실패하는 이유가 간과 심장에서 나타나는 독성반응 때문이다. 심장근육세포와 간세포로 분화된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융합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어렸을 때 꿈이 의료 선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대에 진학하지 못해서 꿈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서 질병을 치료하는 일에 도움을 주기 위해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나노 바이오 의학 연구다. 의사가 되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공학자가 돼서 아픈 사람들을 돕는 꿈을 이룬 셈이다.

 

2000년대 이후 나노기술을 의료 분야에 접목하려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임상 적용은 더딘 것 같은데.

전 세계 많은 연구팀이 열심히 나노 바이오 의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좋은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산업화가 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과 투자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작은 스타트업 기업들은 큰 규모의 임상 실험을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자원이 부족하다. 그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복잡한 승인 절차에 대한 두려움도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결국 이런 융합 기술을 대규모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본을 바탕으로 한 도전정신이 필요한데, 큰 기업들은 위험 부담을 떠안으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기술적으로 본다면 바이오메디컬 진단 시스템은 생체 시료를 분석하는 일회용 바이오칩이 필요한데, 이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핫이슈’를 꼽는다면.

이미 이 분야는 많이 성숙된 상태다. 이 분야의 후배 연구자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핫 토픽’을 의식해서 연구하는 것은 별로 안 좋은 방법이다. 핫 토픽을 쫓지 말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좋다. 쓰레기 더미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으려는 생각을 해야 스스로 핫 토픽을 만들 수 있다.
 

10년간 회사를 다니다가 뒤늦게 대학원에 입학했다고 들었는데, 진로를 바꾼 이유는 뭔가.

생물물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산업체에서 일하면서 질병의 생물물리학적 메커니즘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연구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그래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학계에 남고 싶다는 생각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의사가 돼서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 때문에 처음부터 목적 의식을 가지고 과학과 공학을 공부했다. 의사가 될 수 없다면 새로운 의료 장비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이런 이유도 진로를 바꾼 계기가 됐다.

 

융합 연구 아이디어는 어디서 주로 얻나.

산업계에서 일했던 다양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회사에서 레이저 광학장비와 통합 광학 전자장비, 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 등 다양한 장치를 다룰 수 있었는데, 이후 새로운 과학 장치를 개발할 때 항상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초고속 광학 PCR칩(유전자를 증폭해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장치)가 좋은 예다. 회사를 다니며 이미 광학 안테나에 대한 물리학적 지식과 PCR 기법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두 기술을 융합한 장치를 개발할 수 있었다.

 

한국 나노융합기술의 현주소는 어떤가.

한국의 의료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많은 나노바이오기술 연구자들이 논문을 통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제는 실제로 이런 기술을 산업화해서 상품을 생산하는 면에서 리더십을 보일 때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처럼 사용자 친화적인 의료 장비를 만드는 것도 좋은 사례다.

 

하지만 산업계 리더나 정부가 이 분야에 뛰어들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정부와 산업계 지도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적으로 결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많은 젊은 기술자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충분한 경험이 쌓이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분야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생산 공정의 혁신이 꼭 필요하다. 대규모 정밀 공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정밀 생산공정은 상품의 질과 직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바이오의료융합기술 산업화의 핵심 요소다.

 

<루크 리 교수는>

1959년 서울 출생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UC버클리 생물물리학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에서 응용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 대학 생명공학과 교수로 있다.

동아사이언스 최영준 기자 jxabb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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