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복선전철 완전개통에 부쳐" - 한우진 교통평론가

 

경의선 전동차 ©코레일''

 

경의선 복선전철 노선도 ©한국철도시설공단

 

 

 

오는 12월 27일, 경의선 복선전철 사업의 마지막 구간인 공덕~용산 구간이 개통된다. 물론 효창역은 공사 지연으로 추후 개통된다고 하나, 1999년 첫 착공후 15년 만에 전구간이 개통되는 것이니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경의선 개통에서 주목할 점은, 경의선 개통과 동시에 중앙선 전철과 직결운행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경의선 복선전철의 선로는 현행 용산역 중앙선 선로로 연결되며, 결국 서울을 중심으로 북서부를 담당하는 경의선과 북동부를 담당하는 중앙선이 하나가 되어, 경의중앙선으로 재탄생한다.
현재 수도권의 코레일 중심 광역철도는 크게 3개 계통으로 나눌 수 있다.

 


수도권을 북동-남서로 가로지르는 1호선, 수도권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경의중앙선, 수도권 남부에서 U자 모양을 그리는 수인분당선이 그것이다. 첫 번째 1호선이 1974년 8월 15일 개통된 데 이어, 정확히 40년 만에 중요한 광역철도축이 새로 추가된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1+1이 2이상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는 경의중앙선 직결운행을 환영하며,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광역전철이 되기 위해 다음 것들을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로 적극적인 급행열차 운행을 해주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코레일에서는 급행열차를 운행해달라는 시민들과 학계의 요구에 대해 복복선이 아니라서 또는 대피선이 없어서 급행열차를 운행할 수 없다는 식으로 대처해왔다. 또한 여건이 되는 구간에서조차, 급행비정차역 승객들이 불편해진다며 급행열차 운행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서울지하철 9호선은 복복선이 아닌데도 급행열차 운행을 잘만 하고 있다. 오히려 승객이 너무 급행열차 쪽으로만 몰려 곤란을 겪을 정도다. 실제로 9호선은 개통이후 완행열차 대비 급행열차 운행 비율이 계속 늘고 있다. 부랴부랴 도입한 신규 차량도 급행열차 위주로 투입하고 있다.


지난 여름 수도권 공공교통의 최대 화두였던 광역버스 입석 금지 사건에서도, 코레일의 광역철도는 광역버스 문제 해결책으로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등에서 내놓은 대책에서 전세버스 추가 투입은 있어도 광역전철 증회 운행 등은 없었다. 광역철도가 너무 느리다보니 광역버스의 대체재로 인식조차 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속도 면에서 굴욕을 겪고 있으면서도 급행열차를 제대로 운행하지 않는 것이 현재 코레일 광역철도의 현실이다.

 
1호선 개통 이후 40년 만에 개통되는 장거리 운행계통인 경의중앙선에서는 제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 경의선과 중앙선 모두 급행열차가 있지만, 평일 출퇴근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두 노선이 직결운행되면 운행거리가 급증하므로 급행열차는 꼭 필요하다. 평일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평시와 공휴일을 포함하여 상시적인 운행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완행열차와 급행열차가 상호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 급행열차를 지나치게 드물게 운행하면 상호보완이 안되므로 급행열차 따로 완행열차 따로 운행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완행열차는 아무 때나 타고, 급행열차는 시간표를 보고 타야 하는 이중적 운영은 비효율적이다. 완행과 급행 모두 시간표를 안보고 타고, 상황에 맞게 완급간 환승을 하면서 승객 스스로가 최적의 이용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올바른 운전계획이다.

 

또한 급행열차 운행에 있어 철학을 제대로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중앙선 급행열차는 종점인 용문까지 가지 않고 양평까지만 운행하는데, 이 때문에 양평~용문 사이의 승객은 급행열차를 타려면 환승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초에 급행열차를 용문까지 운행시키고(양평~용문간은 완행운행) 그 횟수만큼 완행열차를 양평까지만 짧게 운행시키면, 기존과 비교해 총 열차운행횟수가 동일하여 비용이 더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용문까지 전 구간에 걸쳐 급행열차를 환승 없이 탈 수 있다.


이와 같이 ‘장거리 급행, 단거리 완행’으로 운행시키고, 완행이 운행하지 않는 외곽 구간은 급행열차가 전역(全驛)정차 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 경의중앙선 직결운행이 시작된 후에도 여전히 급행열차가 용문까지 가지 않고 양평이나 덕소까지만 운행한다면, 이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둘째로 착석수송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광역버스가 인기 있는 이유는 빠른 속도도 있지만, 착석수송이 된다는 점도 있다. 특히 광역버스 입석금지 정책에 따라 역설적으로 100% 착석이 가능해지면서 오히려 광역버스의 경쟁력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

 

기존 1호선 전철에서는 첫 개통부터 순수 입석 운행을 해왔던 관계로, 이제와서 추가로 착석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해도, 이번에 전 구간 개통을 하는 경의중앙선은 처음부터 여러 가지를 새롭게 시도해볼 여력이 있다. 특히 10량 승강장에 10량 편성을 꽉 채워서 다니는 1호선과 달리, 4, 6, 8량 등 혼합편성 운행이 익숙하고 승강장 길이 여유까지 있는 경의중앙선에서는 좌석전용차량을 기존 편성에 증결시켜 운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아울러 용산까지 운행되며 경의중앙선과 선로를 공유하고 있는 경춘선 ‘ITX-청춘’ 열차가 착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통일성을 위해서도 이 같이 기존 열차에 좌석차량 추가 연결을 고려할 가치가 있다. 결국 급행열차 운행으로 높은 표정속도를 실현하고 동시에 좌석차량을 운행시켜 착석서비스까지 제공해야 비로소 광역버스와 경쟁이 가능한 것이다.

 

코레일의 경춘선 좌석급행열차 ITX-청춘 ©코레일

 

 

 

물론 광역철도를 입석형 도시철도처럼 운행해온 지금까지의 현실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매우 생소할 수 있다. 특히 좌석 승객과 입석 승객을 어떻게 분리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 꼭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성남여주선, 서해선 등 광역전철과 일반열차가 같은 승강장을 공유하는 사례는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 점점 복잡해지는 철도영업의 세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열차운영사로서의 역량을 증명하는 길이다. 기존의 운영방식만 고집한다면 더 이상 발전을 하기 어렵다. 타 교통수단에 뒤처지는 것도 불문가지다.


마지막으로 공항철도와 경춘선을 포함한 큰 그림의 운행계통 설정이 필요하다.


이번 경의선 공덕~용산 구간 개통은 작게 보면 경의선과 중앙선의 직결이지만, 크게 보면 서쪽으로는 경의선+공항철도, 동쪽으로는 경춘선+중앙선으로 연결되는 양쪽 Y형태의 대형 광역철도의 탄생이다. 특히 이들 노선은 모두 한강을 따라가는 특징이 있다. 경의선은 한강 하류, 공항철도는 경인아라뱃길, 경춘선은 북한강, 중앙선은 남한강이다. 네 노선을 합쳐서 ‘한강선’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공항철도+경의선+중앙선+경춘선의 ‘한강선’ 노선도 ©코레일

 

특히 공항철도가 수색에서 경의선에 직결되었고, 비록 평면교차지장은 있으나 경춘선도 상봉에서 중앙선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연결 상태를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한다. 현재 공항철도와 기존 철도의 직결은 KTX에 국한되어 있지만, 향후에는 경춘선과 중앙선을 활용한 광역철도 직결운행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평 쁘띠프랑스나, 남이섬, 춘천 등 한류문화 관광지를 인천공항과 환승 없이 연결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

 
궁극적으로 경의중앙선 직결에만 만족하지 말고, 4개 선로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ITX-청춘 같이 여러 노선을 직결하여 달릴 수 있는 최적화된 차량의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망우역 부근에서 경춘선과 중앙선의 분기를 입체교차화 하거나, 선로용량이 부족한 곳들을 우선적으로 복복선화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들 한강선 4개 노선의 잠재력을 생각해본다면, 그동안 1호선을 차츰 복복선화했던 것처럼 추가 시설투자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인천, 수원, 성북으로 단출하게 시작한 1호선의 개통 당시 수원행 운전시격은 40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호선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비록 현재는 열차 운행횟수도 적고 승객도 적은 경의중앙선이지만 앞으로의 발전에 대한 커다란 기대를 하게 된다.

 

물론 전철의 발전이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7~80년대와 달리 수도권이 급팽창하는 시기도 아니고,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던 시기도 아니다. 고속도로와 광역버스로 대표되는 타 교통수단과의 경쟁도 거세다.


이러한 환경에서 경의중앙선을 비롯해 공항철도와 경춘선이 살아남는 방법은 수송의 질을 높이는 것뿐이다. 양보다 질이 중시되는 지금, 고객의 잠재수요를 끌어올리고, 자사 서비스의 경쟁우위를 높이며, 이와 더불어 비용까지 줄이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철도운영사의 당면한 과제다.*

한우진 레일뉴스 칼럼니스트, 미래철도DB 운영자, 교통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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