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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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2014.07.30


산책을 하려고 아파트 현관을 나서는데 집 앞 공터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현관문을 나서 보니 두 남매와 엄마가 서 있고 아빠가 나무에 이마를 대고 술래잡기 놀이를 하며 외치는 소리였습니다. 어린 시절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고, 술래는 전봇대나 나무에 이마를 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큰소리로 외친 다음 다른 사람을 치러 다니는 놀이의 추억과 함께 문득 나라꽃 ‘무궁화’가 떠올랐습니다.    

광복절(光復節)이 있는 8월은 우리 민족이 태극기를 흔들며 외치던 독립만세와 나라꽃 무궁화가 떠오르는 달입니다. 제69주년 광복의 달을 맞이하며, 애국가 후렴의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가 실현되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국화라는 이유로 전국적으로 뽑아버리기 시작하며, 무궁화는 민족의 꽃, 나라의 꽃으로 더욱 더 소중하게 인식되었습니다. 무궁화가 독립운동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을 하자 일제는 무궁화 꽃가루가 살에 닿으면 부스럼이 나는 '부스럼 꽃'이라는 말을 퍼트리며, 무궁화를 화장실 옆이나 울타리의 모퉁이에 심는 천대 받는 나무로 전락시키려 했다고 합니다. 한 나라의 국민이 사랑하는 꽃을 정치적 이유로 말살하려 한 이런 일본의 행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국화(國花)로 한반도 전역에 널리 분포하며, 예로부터 꽃이 아름답고 꽃피는 기간이 길어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꽃입니다. 나라꽃을 지칭하는 국화는 법령으로 제정한 나라들도 있으나, 나라마다 자연과 풍토 그리고 역사나 문화와 관련이 깊은 식물이 자연스럽게 나라꽃으로 정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 실례로 영국의 국화는 장미이고,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국화는 에델바이스입니다. 일본의 경우 벚꽃(벚나무)이 국화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적으로 정해진 국화는 없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주를 상징하는 주화(state flower)는 있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국화는 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45년 광복 후 법적으로 태극기가 국기(國旗)로 제정되며, 국기봉이 무궁화 꽃봉오리로 정해졌습니다. 정부의 공식문서나 외교 문서에는 나라를 대표하는 국장(國章; 國家紋章의 줄임 말)이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장은 1963년에 제정되었습니다. 여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국장은 가운데 태극 문양을 무궁화 꽃잎 다섯 개가 감싸고 있는 모양이며, 꽃잎 아래쪽의 파란 리본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명이 한글로 쓰여 있습니다(그림 참조). 무궁화의 문양은 정부와 국회를 상징하는 표장(標章)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궁화는 식물학적으로 아욱과의 무궁화속(Hibiscus)에 속하는 식물 종(학명; Hibiscus syriacus L.)으로 키는 3~5m 정도로 자라며, 병충해에 강한 식물입니다. 꽃은 7월에서 9월 사이에 피며 8월에 개화의 절정기에 이르는데, 꽃봉오리가 한 번에 만개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피고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꽃이 항상 피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궁화의 꽃말은 ‘섬세한 아름다움’과 일편단심‘ 그리고 ’은근‘과 끈기입니다. 무궁화(無窮花)의 한자말 무궁(無窮)에서 無는 없을 무, 窮은 다할 궁으로 국어사전에 ‘공간이나 시간 따위가 끝이 없음’이라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무궁화가 목근(木槿) 또는 순화(舜花)로 불리다가 꽃이 아주 오래 피는 특징에 따라 ‘무궁화’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무궁화의 자생지는 중국과 인도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무궁화가 옛적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자란 식물이라는 근거로는 신라를 ‘무궁화의 고장’이라는 의미의 근화향(槿花鄕)으로 나타낸 기록이 있습니다. 무궁화의 영어 명칭은 ‘성스럽고 선택받은 곳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이라는 의미가 담긴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입니다.  

광복 후 한동안은 일제의 무궁화 천대의 후속 결과로 주변에서 무궁화 꽃을 보기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백 품종이 넘게 개발되어 심겨져 있어 전국 어디서나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무궁화 꽃들을 볼 수 있습니다. 길을 걸으며 무궁화 꽃이 보이면 가까이 다가가 관찰해 보세요. 꽃의 중심으로부터 다섯 꽃잎으로 힘차게 뻗어 오르는 우리 민족의 기개를 보여주는 붉은 빛깔의 강건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사진 참조).

나라꽃 무궁화 축제도 매년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금년 7월 31일~8월 3일에는 강원도 홍천의 무궁화테마파크와 홍천읍 토리숲 등지에서 ‘제24회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가 열리고, 8월 1일~3일에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효원공원에서 ‘제24회 전국 무궁화 축제’가 개최됩니다. 그리고 8월 중에 경기도 가평, 전북 완주, 경북 포항, 전남 나주 등지에서도 나라꽃 무궁화 축제가 열릴 예정입니다.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무궁화 축제에 참여해 아름다운 나라꽃을 감상해보면 어떨까요.

무궁화가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꽃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강건함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무궁화는 지금까지 숱한 고난을 견디어내며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우리 민족처럼 피고지고 또 피는 강인한 모습을 간직한 진정한 우리나라 꽃입니다. 이제 머리만이 아닌 가슴으로 나라꽃 무궁화를 사랑하며, 개인의 행복에 앞서 무궁(無窮)한 마음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공동체 삶을 실현해야 합니다. 무궁화를 아끼고 가꾸는 마음이 바로 나라 사랑이고 가족 사랑입니다.

동요 ‘우리나라 꽃’의 가사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 /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 꽃 /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에서도 무궁화를 삼천리강산의 꽃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무궁화 행진곡’, ‘무궁화’ 등의 노래도 있습니다.

북한의 국화는 함경북도 일부를 제외한 한반도 전 지역에 자생하는 수목인 함박꽃나무로 불리는 목란(木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목란이 북한의 국화로 지정된 것은 1991년 4월 10일 김일성 주석이 목란 꽃이 아름답고 생활력이 강해 꽃 가운데서 왕이라 지칭하며 국화로 삼을 것을 지시해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빨리 남북이 통일이 되고 애국가의 후렴이 실현되어, 무궁화가 우리 민족의 진정한 나라꽃으로 삼천리강산을 화려하게 덮는 날을 맞이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이 강산 무궁화 겨레 / 서로 손잡고서 앞으로 앞으로 / 우리들은 무궁화다.”라는 ‘무궁화 행진곡’에서처럼 남북한 민족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무궁화처럼 강건하고 순수한 아름다음을 지닌 대한사람으로 보전되어 거듭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터리풀(장미과)

한여름 숲 속은 생명의 기가 넘쳐흐릅니다. 땡볕 더위 속에서도 숲에 들어가면 서늘한 숲 공기가 온몸을 감싸고 싱그럽고 풋풋한 풀내음이 몸에 배어듭니다. 녹음 짙은 숲 속 그늘에서 환하게 반겨주는 꽃! 짙은 숲 위에는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데 솜사탕처럼 몽글몽글 피워내는 연분홍 꽃 더미가 가느다란 한줄기 숲바람결 따라 야들야들 춤을 춥니다.‘바람결 당신의 뜻을 따르겠다.’는 연정의 몸짓인 양.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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