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관계의 전도와 한계 [임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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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관계의 전도와 한계

2014.07.10


북일관계 개선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결론부터 말해 근본적으로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봅니다. 가장 흔한 평가가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체제의 균열 우려인데 북한의 핵무기가 한미일 모두에게 위협인 상황에서 일본만 안전해질 리는 없겠지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한 것은 한일관계 및 일중관계 악화에 대한 돌파구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한일, 중일관계는 아직껏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달 초 습근평(習近平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으로 한중의 대일본 견제 전선은 더 견고해진 듯이 보입니다.

그렇더라도 한미일 동맹의 축인 미국이 존재하는 한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이미 지난 3월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중재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자리를 함께한 바도 있습니다.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일본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문구를 넣지 않은 것도 대일정책에서 한중의 입장차를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우경화 정책은 어떤 명분을 내걸어도 한중으로부터 용납될 수는 없습니다. 한중 외에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침략을 받은 많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도 불신의 대상입니다. 북일관계가 호전되고 있다지만 북한 역시 남한과 같은 일제 식민지 피해지역으로 일본의 우경화까지 찬동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일본의 우경화에 명시적으로 찬동을 표시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일본의 전력을 키워서 함께 중국을 견제하자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일본이 미국의 아시아 지역 군비를 분담해주고, 미국제 무기를 구매해주는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미국도 일본의 전력을 키워준 결과가 태평양 전쟁이었다는 역사를 잊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구도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북일 대화입니다. 지난 5월 26일~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일 협상의 합의문이 그 발판입니다. 두 나라는 ‘조일(朝日) 평양선언*에 따라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현안을 해결하며, 국교정상화를 실현한다.’는 전제 아래 북한에 의한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의 대북한 독자제재를 해제키로 합의했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던 날 일본의 언론들은 마치 이를 시샘이라도 하듯 일본 정부가 대북 제재 해제를 구체화한 소식을 대서특필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로, 일본은 우경화로 국제사회, 특히 아시아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두 왕따 국가가 소외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손을 맞잡는 형국입니다.

북일협상의 일차적인 성과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확실하게 포기토록 함으로써 6자회담의 틀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일본이 중국도 미국도 못해낸 그 일을 해낸다면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큰일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 미국은 물론 6자회담의 모든 당사국들이 북일 협상을 측면에서 지원해야 할 이유입니다.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에 대한 경제재건 약속을 이행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특별한 기여를 해야 할 나라가 일본입니다. 북한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의 공동피해지역인 만큼 최소한 남한에 지불한 정도의 배상금을 일본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1965년 일본으로부터 받은 청구권 자금 5억 달러(무상 3억·유상 2억) 상업차관 3억 달러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밑거름이었습니다. 그 금액의 현재 가치는 양측의 계산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최소 50억 달러에서 최대 200억 달러 쯤으로 추산됩니다.

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일본은 북한의 김일성이 도발한 한국전쟁의 특수에 힘입어 경제 재건에 성공, 오늘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조국을 초토화하고, 수백만 명의 동족을 살상한 6·25의 참화가 식민지배 세력인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만들어 준 결과가 되었다는 것은 민족사에 뼈아픈 대목입니다.

그런 과거사를 기억한다면 일본은 북한에 대해 남한에 지불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나 과연 일본이 그럴 상대인가요? 한일협정 초기 협상과정에서 일본이 제시한 배상금 규모는 5,000만 달러였다고 합니다. 북한으로서는 50억 달러를 받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일본 경제가 1960년대 한일협정 체결 당시의 욱일승천하던 기세와는 달리 지금은 장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이처럼 북일협상의 종점은 북핵 해결에 닿아 있습니다. 북한은 북일 협상장에서도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고, 대외적으로 일관되게 핵 포기 불가를 외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으로 미뤄 북일회담의 갈 길은 멉니다.

핵문제 외에도 배상금 산정 문제로 파국이 올 수도 있고, 납북자 문제로 난관이 새롭게 조성될 수도 있을 겁니다. 난관은 필요에 따라 일본도, 북한도 조성할 수 있으나, 갑의 입장인 일본의 수중에 달려 있다고 봐야합니다.

일본과 북한이 한중에 대한 압박카드로 북일협상을 이용하는 지금의 근시안적인 자세를 벗지 않는다면 북일협상은 진전보다는 파국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이 한미일 공조의 균열보다 더 우려되는 사태라고 봅니다.

*조일 평양선언 : 2002년 9월 17일 평양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간에 채택된 선언문으로 양국간 국교정상화 방안을 담고 있다.

필자소개

임종건

74년 한국일보기자로 시작해 한국일보-서울경제를 3왕복하며 기자, 서울경제논설실장, 사장을 지내고 부회장 역임. 주된 관심 분야는 남북관계, 투명 정치, 투명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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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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