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새벽편지] 이보다 멋진 날이 있을까요?


[사랑밭 새벽편지]



이보다 멋진 날이 있을까요?

요즘 감기로 식욕마저 잃었다.

아는지 모르는지 평상시처럼 대해주는
아내가 조금은 섭섭하게 생각되는 어느 날

친구 약속 때문에 나가려 하는데
주름진 얼굴의 아내는 만원이 필요하다며 찬찬한 미소로 손을 내민다.

또 평소 주문 한번 하지 않던 아내는 나에게 방울토마토가 먹고 싶다고도 하고...

그동안 살아 온 세월 중에
나에게 투정도 애교도 부릴 줄 모르든
아내의 주름진 손에 만원 1장을 쥐어주고

집 문을 나서며 잠깐 생각에 잠긴다.
'늙으면 애가 된다드니...'

평생 좋은 음식 모두 사양하며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것으로
족 해 하던 당신이~

구멍 난 양말을 기워 신고도
자식들에게는 새 양말을 신기던 당신...

 

 


방울토마토를 먹고 싶다며 내민
아내의 손이 하루 내내 자꾸만 떠오른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방울토마토 한 상자를 샀다.
아내에게 실컷 먹여주려고...

현관문을 여니 내가 좋아하는
생태찌게 냄새가 코끝에 스민다.
반갑게 활짝 웃음으로 맞아주는 아내의 모습이
평소와 달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생글 모습으로 밥상에 마주앉은 아내가 한마디 건넨다.
"미역국보다 당신이 좋아하는
생태찌개가 좋을 것 같아서..."

순간 나도 몰래 벽걸이 달력에 눈이 갔다.

결혼 50주년이란 까만 글씨가
오늘 날짜에 선명하게 찍혀 있다.

그래서 아침에 아내는 만원이 필요 했나보다...
내가 좋아하는 생태찌개를 준비하려고...

 


다행히 방울토마토를 준비한 나와 아내는 단출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금혼일 저녁을 보냈다.

- 최형식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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