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미국형 대형원전 사업 진출 ㅣ "신규 원전 건설 없이 원전 경쟁력 회복되지 않는다"

 

美 웨스팅하우스와 맞손

작년 11월 협약 이어 

글로벌 대형원전 공동참여로 세계원전산업 선도

 

  현대건설이 국내 기업 최초로 세계 원자력 사업 분야의 최고 기술력 보유 기업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사(社)와 원자력발전사업의 글로벌 공동진출을 위한 협력 강화에 나섰다.

 

현대건설, 미국형 대형원전 사업 진출
Westinghouse Electric Company

 

현대건설은 24일 웨스팅하우스와 대형원전(모델명 'AP1000')의 글로벌 사업 공동참여를 위한 전략적 협약(Strategic Cooperation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아레바의 원전이 한국 원전보다 2~3배 비쌌다. 또 프랑스 아레바가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건설을 13년 지연시켰고,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보글 원전 건설을 6년 지연시킨 데 반해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을 적기에 준공했다.

 

"신규 원전 건설 없이 원전 경쟁력 회복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원전 수출의 경쟁력은 건강한 원전산업 생태계와 건설 능력에서 나온다. 우리는 1~2년에 원전 1기씩 꾸준히 건설했다. 그래서 원전의 설계·시공·기자재·부품·건설·검증·시운전·운전 등 원전 건설 전 과정의 인력이 고르게 유지되고 있었다. 오늘 일을 끝내면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어서 기술 인력이 유지됐다. 기술력은 사람에 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동시에 수십 기의 원전을 건설하다가 갑자기 원전 건설을 중단해버린 미국·영국·프랑스와 다르다.

 

탈원전 폐기, 원전 수출 선언했지만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제시되지 않아

5년간의 탈원전 압제를 벗어났다. 새 정부는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 수출을 선언했다. 탈원전 정책이 선언한다고 되지 않았듯 원전 수출도 선언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 원전 10기 계속 운전, 원전 10기 수출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그 외에는 정책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것은 없다.

 

그나마도 2017년에 10%의 공정률 상태에서 중단되었던 신한울 3·4호기를 2025년에야 착공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지난 5년간 돈줄이 막혔던 원전 생태계와 건설 능력이 회복될 수 있을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더 중요하듯 원전의 건설 여부보다 원전 건설 생태계가 회복되고 원전 수출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계획은 아무리 봐도 산업통상부와 실무자가 편안히 일할 수 있는 계획일 뿐, 생태계 입장에서 수립된 계획이 아니다.

 

 

 

전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2050년 탄소중립이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를 달성하는 목표는 유지되고 있지만 신규 원전 언급은 없다. 심지어 확대한다는 정책 방향도 없다. 백지화되었던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 합리적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은 있지만, 원전 확대에 대한 아무런 그림도 제시되고 있지 않다.

 

또 신규 원전 건설이 없는 계속 운전은 원전 부품 생태계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는 측면도 고려되지 않았다. 우리가 자동차와 핸드폰을 자주 교체하는 것이 낭비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게 조성된 내수 기반이 자동차와 핸드폰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수출을 위해서는 적절한 내수가 받쳐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원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계속 운전을 포기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할 수도 있는 전략이 구사돼야 한다.

 

지금 산업통상부의 에너지나 전력 관련한 위원회에서, 환경부의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원전 전문가는 철저히 배제된 상태이다. 그런 상태에서 합리적 정책이 나올 수 있을까? 새 정부에 대한 성급한 기대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전담당 차관보, 원전수출정책관, 원전수출전략추진단, 수출 대상국 거점 공관 등 탈원전에 나섰던 산업통상부 조직을 늘리는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우려가 된다.

 

미국·일본·프랑스의 원전 건설 능력이 감소하고 러시아·중국 원전이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우리 원전의 수출은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라 원자력 기술의 마지막 불씨를 살리는 것이다. 생태계를 살리고 원전 수출 경쟁력을 살리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일감에서 나온다. 그런데도 신규 원전 물량이 보이지 않는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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