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잘 오는 커피 개발한 스타트업...벌써 20만팩 돌파

 

한국 ‘커피차’ 카페인 없애

 

공무원 준비하다가 뒤늦게 농수산대 가서 창업, 

작두콩으로 만든 커피맛 차 개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잠 잘 오는 커피 개발한 스타트업...벌써 20만팩 돌파
작두콩을 이용해 카페인이 전혀 없는 커피를 만든 김지용 대표. 수확한 작두콩을 들고 있다. /김지용 대표 제공

 

커피를 마음껏 마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카페인이다. ‘디카페인’ 커피라는 대안이 있지만, 카페인 제로는 아니다. 소량이나마 들어있다.

 

카페인이 전혀 없는 ‘작두콩’으로 차를 만들어 커피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린 청년이 있다. 충성 고객들은 ‘무카페인 커피’라고 표현한다. 커피 대용차인 ‘작두콩차’를 만드는 그린로드의 김지용 대표를 만났다.

 

 

 

’무카페인’ 커피 대용차

그린로드의 ‘킹빈’은 (king bean)’은 작두콩으로 만든 차다. 작두콩은 국내에서 재배되는 콩 중 가장 크고, 항산화, 단백질 등 성분도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킹빈’이라 제품명을 지었다. 온라인몰(https://bit.ly/3hyFmFA)에서 한정기간 공동구매 행사 중이다.

 

잠 잘 오는 커피 개발한 스타트업...벌써 20만팩 돌파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드립백형, 커피메이커형, 캡슐형, 액상스틱형. /그린로드

 

킹빈은 커피 로스팅 과정을 응용한 것이다. 볶은 작두콩을 분쇄해 만들었다. 드립백, 커피메이커형, 액상스틱형, 캡슐형 등 다양항 형태로 나와있다. 여기에 뜨거운 물이 지나가면서 커피 맛이 나는 차가 우러난다.

 

맛은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다. 그런데 커피는 아니기에 카페인은 없다. 김지용 대표가 우연히 발견한 아이디어는 곧 상품성을 인정받았고 온라인몰을 비롯해 하나로마트, 공항면세점, 80개 넘는 식료품점 등에 입점돼 인기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드립백 제품만 개발 이후 20만팩 넘게 나갔다.

 

청나라 의서에서 힌트 얻어 로스팅 실험

 

잠 잘 오는 커피 개발한 스타트업...벌써 20만팩 돌파
김 대표가 작두콩 밭에서 일하고 있다. /김지용 대표 제공

 

잠 잘 오는 커피 개발한 스타트업...벌써 20만팩 돌파
작두콩. 콩깍지가작두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김지용 대표 제공

 

김지용 대표는 6년 간 공무원 준비생이었다. 전공인 영문학에 상관없이, 경찰 공무원이 돼서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싶었다. 머리를 깎고 절에서 시험을 준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수험기간이 길어질수록 앞날이 캄캄해져갔다.

 

 

 

생활비가 부족해 전전긍긍할 때 주변 어르신 권유로 야생화 농장에 취업했다.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농촌지역에서는 80대 노인도 농업으로 용돈벌이를 합니다. 평생 직장을 갖기 위해 공무원 준비를 한 건데, 농사가 진정한 평생 직장이었던 거죠. 진로를 농업으로 바꾸기로 하고, 농업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30살 늦깎이 나이에 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잠 잘 오는 커피 개발한 스타트업...벌써 20만팩 돌파
킹빈 제품을 들고 웃고 있다. /김지용 대표 제공

 

만성 비염을 앓고 있었다. 작물 재배 실습 시간에 작두콩이 비염 치료에 효능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관심이 생겨 관련 문헌을 살펴 보니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청나라 의서인 ‘본초비요’에 ‘작두콩을 태을 정도로 볶아서 먹었다’란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순간 커피의 로스팅이 떠올랐습니다. 궁금해서 작두콩을 직접 로스팅해보니 모습도 그을린 커피콩과 비슷하고 연한 아메리카노 같은 풍미가 나더라구요. ‘아 이거 상품성 있겠다’ 싶었습니다.”

 

볶은 식품은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 있다. 확인을 위해 300만원 넘는 돈을 들여 검사를 실시했다. 온도 별로 볶아서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과 카페인이 검출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은 맛이었다. 최상의 맛이 나는 로스팅 수준을 찾기까지 400kg 넘게 작두콩을 썼다. “커피 내리는 방법을 응용했습니다. 맛 테스트를 진행하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허 출원, 임산부·비염환자에 큰 인기

세상에 없던 차. 상품화에 대한 자신도 생겼지만 창업까지 생각하진 않았다. 기술 매각 등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 일이 생겼다.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가 큰 병을 앓으면서 2000만원 넘는 치료비가 나온 것. 치료비 목적의 상금을 타기 위해 한 공모전에 도전했다.

 

잠 잘 오는 커피 개발한 스타트업...벌써 20만팩 돌파
농식품 창업 서바이벌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김지용 대표. /김지용 대표 제공

 

“농협에서 주최한 농식품 TED 아이디어 경연대회에 도전했습니다. 병원 간이침대에 쪼그려 앉아 작두콩 커피 발표 준비를 했어요. 절실함이 통했는지 최우수상과 상금 100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여자친구가 이 아이디어로 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 하더라구요. 그제서야 ‘정말 한 번 해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사가 더해지면서 큰 애착이 생긴 거죠.”

 

잠 잘 오는 커피 개발한 스타트업...벌써 20만팩 돌파
박람회에 참여중인 모습. /김지용 대표 제공

 

큰 결심을 내렸지만 기반과 자금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여러 조력자가 나타났다. 사무실은 전북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를 통해 해결했고, 자금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자금 지원으로 해결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버팀목은 아내였다. “모든 단계가 고비였지만, 어떻게든 밀어붙이며 버텼습니다. 옆에서 도와 주는 아내가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박람회는 훌륭한 시장조사 무대였다.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을 기반으로 집중 공략할 타깃을 정했다. 특허 출원에도 성공했다. “카페인을 못 드시는 임산부 분들의 호응이 가장 컸습니다. 작두콩이 비염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비염이 있으신 분들의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임산부와 비염환자를 집중 공략하자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드립백’형이다. 연이어 출시한 캡슐형 인기도 좋다. 캡슐 머신에 넣으면 일반 커피처럼 나온다. 최근에는 돼지감자차를 개발해 온라인몰(https://bit.ly/3hyFmFA)에서 새로 출시했다.

 

장애인 커피 맛 보는 모습에 울컥

-사업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요.

 

“서울의 한 대형 체육관에서 장애인 학생을 대상으로 드립 체험을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복용하는 약이 많아 카페인에 예민한 편입니다. 그래서 커피를 못 드시는 분이 많죠. 그분들이 저희 제품으로 커피 맛을 즐기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 뿌듯했습니다.”

 

잠 잘 오는 커피 개발한 스타트업...벌써 20만팩 돌파
제품을 연구중인 김지용 대표. /김지용 대표 제공

 

-청년 농업인이나 예비 창업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보통 농사라고 하면 땡볕, 트랙터 같은 1차원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데요, 농업의 응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작물 박스를 디자인하는 디자인 학도, 농촌생활 브이로거 등 농업을 기반으로 재능을 살릴 방법은 다양합니다. 농업에 본인이 잘 하는 것을 접목하면 새로운 길이 보일 겁니다.”

 

껍질에서 제거한 작두콩을 들고 있는 모습. /김지용 대표 제공

 

-그린로드의 앞으로 비전과 계획을 알려주세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캡슐형 상품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할 예정입니다. 저를 믿고 따라준 그린로드 직원들 이야기도 안 할 수가 없네요. 회사가 정말 좋은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잘 키워나가겠습니다.”

박유연 기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