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임철순]

 


임기 말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2022.01.11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17년 5월 10일부터 2022년 5월 9일까지입니다. 이제 4개월도 남지 않은 셈인데, 3월 9일 20대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되면 현직 대통령은 더욱 유명무실해집니다. 무슨 일을 새로 하기보다 온전하고 공정하게 정부가 이양될 수 있도록 마무리를 잘 하는 일만 남게 됩니다.

그동안 임기 말의 대통령은 권력 누수, 무기력 등 이른바 레임덕 현상에 시달려왔고, 퇴임 후가 보장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리에서 물러난 전직 대통령들이 겪은 불행과 비극을 우리는 너무도 자주 보아왔습니다. 문 대통령의 퇴임 후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대선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의 어떤 대선 후보도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하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긍정평가(지지율)는 41%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이 호감을 산 덕분이기도 하지만, 40%를 넘어선 게 4개월 만이라고 합니다. 이 회사 조사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5년차 3분기 평균 지지율은 김영삼 8%, 김대중 28%, 노무현 27%, 이명박 23%였고, 탄핵당한 임기 4년차 4분기 박근혜 지지율 평균은 12%였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느 대통령보다 더 높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36%,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6%,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5%, 심상정 정의당 후보 5%로 나왔습니다. 1위 후보가 현직 대통령보다 5%포인트나 낮습니다.

 

 



왜 이런 걸까요? 청와대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하라고 국민들이 힘을 모아준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그것은 정확한 해석이 아닙니다. 별로 잘한 게 없어 보이는데 지지율이 이 정도 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에 대한 비호감이 역대 어느 대선보다 더 높아 상대적으로 문 대통령이 돋보이는 점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지지율 41%가 2017년 5월 9일 대선의 지지율 41.08%와 일치하는 점입니다. 대체 누가 지지하는가 싶지만 그 사람들이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문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들보다 특이한 점은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며 부추기는 팬들, 달리 말해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세력이 견고한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든, 문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든 지지를 거두지 않습니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정서와, 이번 대선에서 지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더해져 문 대통령을 지켜주려 더 애쓰고 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감옥에 들어가면서 “문 대통령을 지켜 달라”고 한 게 바로 이런 것입니다.

​임기 말까지 강력한 팬덤이 유지되는 것은 문 대통령이 극렬 지지층만 바라보고 국정을 운영해왔다는 방증입니다. 취임 전에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국민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지지층만 울타리 안에 들이고 그들만을 위한 정치를 해온 결과입니다.

​처음부터 공부 열심히 해서 100점 맞을 생각이 없이 40점으로 만족한 결과 내 편 네 편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진영이 갈라졌고, 자신들만 옳다고 믿는 독선과 배척의 풍토 위에 내로남불의 행태가 나라 전반을 망치는 상태에 이르게 됐습니다. 학업에 뜻이 없는 대통령이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낼지, 외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까요? 야당이 집권을 하는 정권 교체든 여당이 계속 집권하는 정권 재창출이든 대통령이 바뀌면 나라가 바람직하게 달라지기를 바라는 건 모든 국민이 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여당 후보든 야당 후보든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를 포기한 것 같습니다. 이쪽 진영의 내 표, 그러니까 집토끼를 확실히 잡아놓는 데만 치중할 뿐 새로운 확장과 포용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당선되는 게 최우선 목표이니 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선 후에는 반드시 달라져야 합니다.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라면 당선 전에만 선거운동을 하지 말고 당선 후에도 선거운동을 해야 합니다. 전 국민으로 지지층을 넓히려는 노력을 해야만 나라꼴이 제 모습을 갖추고 국민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무슨 요구든 다 들어주고 무슨 일이든 다 할 것처럼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왕처럼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현안은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다음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상식과 공정의 바탕 위에서 나라와 국민을 통합하는 것입니다. 통상적인 직무 외에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내 편 네 편을 가리지 말고 국민을 웃게 해주고 편하게 해주는 게 가장 훌륭한 업적이 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임기 말 지지도는 이런 걸 생각해보라는 메시지입니다. 또다시 “이게 나라냐?”, “이건 나라냐?” 하는 말이 나오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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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철순(任喆淳)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역임. 현재 데일리임팩트 주필,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등 수상. 저서 ‘한국의 맹자 언론가 이율곡’, ‘손들지 않는 기자들’, ‘노래도 늙는구나’,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공저) 등.

 

 

 


2006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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