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살펴본 ‘고용지표 개선’ 허구성


통계로 살펴본 ‘고용지표 개선’ 허구성


취업자 늘었다는데 실제는 큰 폭 감소 고용 질 좋아져? 

분배지표·양극화 최악


   ‘2011년 상어 공격이 2010년 대비 2배 증가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 뉴스에 당시 많은 사람들이 상어 위협에 놀랐다. 하지만 실제 상어 공격이 세계적으로 2010년 6건에서 2011년 12건으로 늘어난 것에 불과했다. 위험의 절대적 수치가 아닌 상대적인 수치를 활용해 위협을 과장한 셈이다.


통계는 무섭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범위를 조금만 다르게 적용해도 결과가 판이하게 바뀐다. 통계만큼 객관적이면서 위험한 자료는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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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축사에서 “취업자 수와 고용률, 상용근로자 증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 등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지표 중 상당수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됐다. ‘팩트’ 자체가 틀린 것도 있다. 정부가 통계를 현실과 동떨어지게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체크 1 고용률 나아졌다? 


2010년 글로벌 위기 후 최저치 

올해 7월 경제계를 혼란스럽게 한 경제지표가 있다. 바로 취업자 수 증가다. 7월 취업자 수 증가는 불과 5000명으로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고용률은 증가하고 있고 15세 이상 64세 미만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에 취업자 수 증가가 주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말한다. 고용률은 계절적 지표다. 특정 기간이나 월별로 다르다. 이 때문에 지난달과 이번 달이 아니라 1년 전과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 7월 고용률은 61.3%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3%포인트 낮아졌다. 6월 고용률은 61.4%로 지난해 6월(61.5%)과 비교하면 소폭 낮다. 올해 1월을 제외하면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고용률이 낮다. 정부 주장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물론 정부 주장대로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다만 정부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한국인은 대부분 70세가 넘어서도 일한다. 남성의 실질적인 퇴직 나이는 72세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었기 때문에 취업자 수 증가가 감소했다는 정부 측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이다. 




체크 2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 


짧게 일하는 상용근로자 수만 증가 

정부는 상용근로자 수가 증가해 일자리 질이 좋아졌다고 강조한다. 상용근로자 수는 올 7월 1374만3000명으로 지난해 7월(1347만2000명) 대비 27만1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도 상용근로자 수는 이에 못지않게 증가했다. 2016년 7월 상용근로자 수는 1307만3000명으로 2015년 7월(1275만1000명) 대비 30만명 이상 늘었다. 이 시기에는 평균적으로 40만~50만명 이상 상용근로자 수가 증가했다. 단순히 상용근로자 증가만으로 이전 정부와 비교해 일자리 질이 좋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 상용근로자 증가는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일괄 전환 정책을 펼치며 공공부문 정규직이 늘어난 영향이 있다. 각 기업 실적이 좋아져 자발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늘린 데 따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공공 부문에서 6만개 이상 일자리가 늘었고 보건과 사회복지 부문에서 15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발생했지만, 민간 부문 일자리는 엄청나게 줄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노동시간별 근로자 숫자를 보면 좋은 일자리가 많아졌다는 정부 분석에 의문이 든다. 


올 7월 전체 취업자 수는 2708만3000명. 이 중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근무하는 취업자 수는 466만1000명이다. 지난해 7월(415만1000명) 대비 무려 51만명 늘었다. 특히 주 17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올 7월 157만2000명으로 지난해 7월(133만명)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 7월(2257만3000명) 대비 올 7월 2202만2000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일자리 질이 좋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은 여기에 있다. 


이병태 교수는 “올해 노동시간은 지난해 대비 주당 3~4시간씩 감소했다”며 “실업률이나 고용률 통계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실질적인 근로소득이 줄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체크 3 고용원 있는 자영업 증가? 


자영업자 양극화 더 심해져 

정부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했다는 통계를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없다고 했다. 더욱이 이 숫자를 보면 전반적인 고용 질이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 ‘종업원을 두지 않은 자영업자가 고용원을 채용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 7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7만2000명 증가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10만2000명 줄었다. 


6월도 비슷하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7만4000명 늘어난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9만명 감소했다. 자영업자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다. 


또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 증가 관련 곧이곧대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금근로자 중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처음 자영업을 시작할 때 적은 수라도 고용원을 두고 가게 문을 열면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최저임금을 직접 적용받는 임시직이나 일용직 숫자는 7월 오히려 각각 10만8000명, 12만4000명 감소했다. 


체크 4 소득이 늘었다고? 


빈부격차 사상 최악 

문 대통령은 전반적인 가계소득이 늘고 있다고 했다.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3만100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소득 수준별로 살펴보면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소득 최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132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 줄었다. 1분기 8% 감소한 데 이어 2분기도 줄었다. 하위 20~40% 구간인 2분위 역시 1분기 4% 감소에 이어 2분기에도 2.1% 감소했다.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은 소득 4분위와 최상위층인 5분위 소득이 각각 4.9%, 10.3% 늘었기 때문이다. 


‘소득 5분위 배율’이란 통계가 있다. 소득이 가장 많은 5분위 가구 평균 소득을 1분위 가구 평균 소득으로 나눈 수치다. 통상적으로 양극화 지표로 사용된다. 올해 ‘소득 5분위 배율’은 5.23이다. 2008년 2분기 때 5.24 이후 최고치다. 상위 20% 소득이 하위 20% 소득보다 5.23배 많다는 얘기다. 


2015년 소득 5분위 배율은 4.19에 불과했다. 지난해도 4.73이었지만 올해 급격히 늘었다.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증가했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자영업 폐업이 늘면서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주방용품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 : 한주형 기자>




체크 5 경제성장률 높아졌다? 


글로벌 IB 전망 잇따라 하향 조정 

정부는 경제성장률 또한 지난 정부와 비교해 나아졌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1%로 3년 만에 3%대 성장을 회복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성장률은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9%, 내년은 2.8%로 예상한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잇따라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9%에서 2.7%로 낮췄다. 바클레이즈와 씨티는 지난 7월 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조정했다.


게다가 지난해 3.1% 성장이 오롯이 현 정부 성과라고 해도 지난 정부 성장률보다 나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명박정부 5년 평균 성장률은 3.2%였다. 박근혜정부 4년 평균 성장률은 2.95%였고, 2014년에는 3.3%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가 앞으로 박근혜정부나 이명박정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넘는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매경이코노미 제1974호 (2018.09.05~09.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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