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만 잡는 생각없는 정부 부동산 대책


무주택자만 잡는 생각없는 정부 부동산 대책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 논란, 확정안 아니라지만

설익는 대책 부동산시장 혼란, 실수요자도 동요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관련 거주기간 강화 등에 관해서는 현재 확정된 바 없다." 


정부가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부동산시장이 깊은 '혼란의 늪'에 빠졌다. 청와대와 여당, 정부가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종합부동산세 강화, 공시지가 현실화 등 부동산 규제를 둘러싼 검토 방안을 흘리면서 빚어진 결과다.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기존 매도 물량을 거둬들이고 사태를 관망하는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거래 물량이 더욱 줄어드는 역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기획재정부가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관련 거주기간 요건 강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간 단축 등에 관해서는 현재 확정된 바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부동산시장의 혼란은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장의 반응을 사전에 진단하는 등 충분히 검토해 대책을 발표하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거래 가능한 물량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인데 거래 활성화에 역행하는 해법만 고민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소득세법 개정을 둘러싼 이번 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숨겨진 칼날'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는 민감한 사안이다. 부동산 이상 과열 흐름을 제어할 유용한 칼날이 될 수도 있지만, 실수요자 반발을 부르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관심의 초점은 1가구 1주택 양도세 면제 요건을 기존 2년 거주에서 3년 거주로 강화하고, 일시적 1가구 2주택 양도세 면제 기한을 3년 이내 주택 양도에서 2년 이내로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이 이뤄질지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54조는 서울 25개구와 경기도 분당·과천, 세종시 등 전국 43개 청약조정대상지역 1가구 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이 담겼다. 양도세 비과세를 위해서는 2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거주기간 2년까지 동시에 채워야 한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직후인 9월19일 해당 요건이 시행령에 추가됐다. 


실거주 요건 강화는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 현재 2년 거주 요건도 부담스러운데 3년 거주로 강화할 경우 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실수요자도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상당수 매도인은 세 부담을 사전에 모두 고려한 고정값의 기대 차익을 토대로 거래를 고민한다"면서 "세 부담을 늘리면 호가를 높이거나 버티기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기 수요 근절을 위한 정부 정책이 오히려 시장질서를 교란해 실수요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면제 기한을 현행 3년 이내 양도에서 2년으로 강화하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양도세 감면 혜택을 고려해 자금을 조달하고, 비과세 기간(3년)과 주택 가격 상승 분위기를 고려해 이미 2년 이상 기존 주택 매도를 미뤘던 실수요자라면 타격이 더욱 크다. 


직장과 자녀 진학 문제로 이사 계획을 세웠던 1주택자 역시 실거주 요건 탓에 생각하지 못했던 양도세를 부담할 수 있다.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분양받은 사람이나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산 당사자들이 연체 이자를 지불하더라도 잔금일과 등기 접수일을 늦춰 '주택 보유' 기간을 조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위험한 발상'까지 내놓고 있다.




이처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문제 해결은 '양날의 검'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 문제는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 심화다. 정부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흘렀지만 서울 부동산시장은 더욱 과열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핵심 인사들은 참여정부 시절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부동산 문제로 호되게 당했던 경험을 재연하지 않고자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려는 조급증이 오히려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소득세법 시행령 논란은) 정부 정책을 발표하기 전 공론화하려는 작전으로 보인다"면서 "규제는 서서히 강화하거나 완화해야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 사람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류정민·김현정 기자 jmryu@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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