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원짜리 수입맥주


990원짜리 수입맥주


  ‘물가는 계속 오른다. 


서민은 물가 때문에 살기 힘들다. 한국은행이 저(低) 물가라고 하는 것은 통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탁상공론이다.’


대부분 국민의 생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낮은 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고 한마디 하면, 관련 기사 댓글창은 이 내용으로 가득 찬다.


주간조선


기자 또한 한은 통계가 왜곡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현실적일 정도로 왜곡되진 않았으리라고 본다.


지난해 유통업을 출입할 당시, 생각보다 저가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을 옆에서 지켜봤다. 최근 세븐일레븐이 수입해 파는 L7 독일 맥주 500ml는 롯데 계열 유통망에서 990원에 팔고 있다. 수입맥주 4캔을 1만원에 처음 팔 때도 “우리나라 주류산업 다 죽는다”고 했는데, 이젠 1만원에 10캔을 사도 100원이 남는다.




맥주를 거론한 김에 더 찾아보자면 현재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맥스 출고가는 1146.66원이다. OB맥주의 카스 출고가는 1147원. 카스 출고가는 지난 1999년에도 998.16원이었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작 이 정도 올랐는데, 많이 올랐다고 할 수 있나 싶다. 한은은 물가에 대한 오해라는 별도 페이지를 만들어 “우리는 흔히 오른 물가만 기억하고 내린 물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사실 이는 대부분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장의 고물가 인식과 달리, ‘예전에 우리가 알던 인플레는 오지 않는다’고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이들은 미국 물가에 대해서도 크게 염려(?)하지 않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흔히 보는 물가 상승률(서비스물가가 포함된)이 아니라 상품물가를 보면 90년대 이후 전혀 오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술 발달의 영향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내구재)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식품, 의류, 의약품 등 비내구재 물가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자리걸음인데, 이 또한 기술발달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면서 “장기적으로 인플레 급등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15일(현지시각) 이후 미국 국채 10년물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면서(16일에는 7년 만의 최고치인 3.1%도 터치)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으나, 상단이 아주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5, 6%까지 오르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불안에 떨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실제 밤사이 뉴욕증시도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선방했다.


우리나라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금리를 올릴 유인이 약하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한국의 금리 인상 시기를 7월에서 10월로 늦췄다. 골드만삭스의 전망 변경은 고용 등 경제지표, 미중 무역갈등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결과이지만, 예상보다 더딘 인플레 또한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물가 상승을 억누르는 요인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증권사가 연내 한차례 금리 인상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안재만 기자 조선일보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17/2018051700425.html#csidx83b337e67c8f0edb5f2063bb60ea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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