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16기 짓는 사우디..."한국, 수주전 뛰어든 미국과 손잡아야"


"원전 16기 짓는 사우디..."한국, 수주전 뛰어든 미국과 손잡아야"


한국 원전 수출 전략은 

'원전 수출 성공을 위한 조건' 좌담회 


사우디, 이르면 내주 원전 2기 예비사업자 선정

첫 번째 계약 따내면 나머지도 수주 가능성 높아

한국의 기술력과 미국의 '외교 파워' 합치면 유리


탈원전 논리로 수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케이콘텐츠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원전 세일즈’에 나선다. 2009년 한국이 수주한 바라카 원전은 사막 위에 지어지는 최초의 원전으로 올해 말 시운전을 목표로 건설작업이 한창이다. 문 대통령의 바라카 원전 방문은 인근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를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많다. 사우디는 총 20조원 규모의 원전 2기를 짓기로 하고 예비사업자(쇼트리스트) 세 곳 정도를 이르면 이달 말 선정한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원전 강국들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건설이 사우디 원전 수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많다. 


원전 전문가들이 22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원전 수출 성공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 이종훈 전 한국전력 사장,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준연 

비전파워 사장,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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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문 대통령의 바라카 원전 방문을 계기로 22일 정계, 학계, 산업계 전문가들과 ‘원전 수출 성공을 위한 조건’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는 이번 2기 건설을 시작으로 앞으로 총 16기의 원전을 지을 계획”이라며 “첫 번째 계약을 따내면 나머지도 수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역량을 모으고 전략을 잘 세워 이번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의 사회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학계에서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산업계에서 이종훈 전 한국전력 사장과 변준연 비전파워 사장이 참석했다. 정계에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 참석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사회)=정부는 국내에서 탈(脫)원전을 추진하지만 수출은 장려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탈원전과 관련해 여당과 정부 내에서도 반성이 있다. 탈원전이란 용어가 당장 내일부터 원전을 셧다운(폐쇄)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이 받아들여서 용어를 ‘에너지 전환’으로 바꿨다. 단순히 용어만 변경한 게 아니라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산업계에서 흡수 가능한 수준에서 최적화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원전 건설에만 초점이 맞춰져 투자가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원전 성능 개선이나 폐로 기술 등에 정부가 투자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과 원전 수출은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학계는 원자력을 줄여야 신재생이 들어온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에 비판적이다. 신재생은 상당히 오랜기간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원전은 지금 가동되고 있고 안전성이 입증돼 경쟁력이 있다. 원전산업이 건재해야 수출이 가능하다. 관련 중소기업들이 일거리가 없어지면 생태계가 급속도로 무너질 것이다. 국내에서 속도는 늦추더라도 건설을 계속하겠다고 해야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 


▷이종훈 전 한전 사장=미국 프랑스는 3세대 원자로를 개발했지만 발전소 준공은 못 했다. 한국은 3세대인 신고리 3호기가 2016년 12월부터 1년 넘게 단 한 번의 정지 없이 가동됐다.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로 어렵게 기술자립했는데 갑자기 국내에서 원전 건설을 안 하겠다고 하니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통령이 UAE를 다녀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거대한 공사를 우리 능력으로 해내고 있다는 것을 보면 탈원전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안 위원=한국의 사우디 원전 수주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미국이 수주전에 참여하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공산권인 중국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뛰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시공 기술에서 가장 앞서지만 정치력은 떨어진다. 미국과 원자력 동맹을 맺어 같이 수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이 운전석에 직접 앉아야 한다. 이번에 대통령이 UAE에 가면서 사우디에도 방문하려고 했는데 무산된 게 아쉽다. 원전 수주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 국방까지 포함하는 이슈다. 



▷김 교수=사우디는 놓칠 수 없는 노다지 시장이다. 향후 20여 년간 총 16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데 시작부터 이런 장기 플랜을 세운 나라는 드물다. 2기를 수주하는 첫 계약만 따내면 후속 계약도 바라볼 수 있다. 한국형 3세대 원전인 APR1400은 미국과 유럽에서 안전심사를 통과했다. 사우디는 친미 성향이지만 미국은 원전 수출 실적이 없다. 러시아와 중국이 힘을 합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미국도 합종연횡이 필요하다. 한국이 쇼트리스트에 들어 미국과 손잡으면 굉장히 유리하다.




▷이 의원=중국은 원전 안전성 문제가 걸림돌이고 러시아는 사우디와 관계가 좋지 않은 이란에 원전을 짓고 있다. 프랑스는 3세대 원전 상업운전을 못 하고 있다. 약속한 기한 내 건설할 수 있고 상업운전까지 검증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사우디도 판단할 것이다. 미국은 웨스팅하우스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참여한 게 일종의 ‘블러핑’(포커에서 패가 안 좋아도 크게 베팅하는 것)이라고 본다. 미국도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과의 협력을 생각할 것이다.


UAE 바라카 원전 1호기 모습/Gulf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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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위원=앞으로 원전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전 사장=건설 공기를 맞추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능력에서 한국을 따라올 곳이 없다. 다만 사우디 또는 UAE처럼 건설비를 부담해주는 나라가 있는 반면 건설과 운영을 우리 돈으로 하면서 전력을 팔아 수익을 내야 하는 곳도 있다. 파이낸싱(금융 조달)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다. 자국 군대 훈련을 한국군에 부탁한 UAE처럼 숙원사업 해결을 조건으로 내거는 곳도 많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정 의원=국내 원전을 줄이기로 했기 때문에 수출만이라도 확실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천지 1·2호기 등의 건설을 취소했다. APR1400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지닌 3.5세대 원자로 APR+를 해당 원전에 도입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총 2357억원을 들여 개발한 것인데 사장해선 안 된다. 경북 영덕에 천지 1·2호기 부지가 확보돼 있는데 이곳을 차세대 원전 수출 전략지구로 지정하고 천지 1·2호기를 다시 건설해야 한다.

정리=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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