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는 공시 낙방"...."4修 5修하다 '노량진 백수'로"


[공시생 50만명… 노량진에서 살아보니] [下]

불쌍한 우리 아이들


합격 못하면 더 혹독한 취업난

"부모님 볼 낯 없어 고향 못가고 노량진서 알바하며 취업 준비"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먹어… 일·결혼? 다 남들 얘기일 뿐"

PC방엔 25시간 결제해놓고 취업조차 포기 '무늬만 공시생'도


   노량진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 생활은 방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주머니 사정이 되면 오피스텔을 찾지만, 대부분 한 평(3.3㎡)짜리 고시원을 구한다. 지난 4일 서울 노량진의 학원가. 학원 인근 고시원에 문의하니 월세가 50만~60만원이라고 했다. 그마저도 방이 거의 없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10분쯤 걸어가니 '월세 20만원'이라는 광고가 붙은 고시원이 보였다. 고시원장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곳"이라고 자랑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근처 한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에서 본지 최원국(맨 오른쪽) 기자가 

국어 과목 강의를 듣고 있다. 100여명이 들어가는 강의실의 구석에 자리를 잡으면 강단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수강생들은 강의실 곳곳에 설치된 TV 화면을 통해 강의를 들어야 한다. /고운호 기자


[공시생 50만명… 노량진에서 살아보니] [上]

"공무원 첫 도전하나?"… 한 반 150명 중 130명 '손 번쩍'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0/20170920002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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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도 없는 좁은 방 침대에 누웠다. 천장에 메모지가 보였다. '쉬지 말고, 놓지 말고, 끝까지 붙어. 그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 '자기 전에 목표가 이루어졌을 때를 상상하자. 그 목표를 이루어달라고 간절히 원하자'…. 전에 이 방을 쓰던 공시생이 붙여 놓은 것이다.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열이틀 동안 매일 밤 이 다짐을 보고 잠이 들었다.


지난 11일 점심 무렵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본지 최원국 기자(맨 왼쪽)가 

공시생들과 컵밥을 먹고 있다. 컵밥은 2000년대 초 노량진에 처음 등장했다. 

처음엔 컵 모양 용기에 밥과 간단한 반찬을 담았다. 최근엔 용기가 좀 더 

넓어지고 스테이크·스팸·삼겹살 등 다양한 반찬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고운호 기자


한 평 고시원 방에 있으면 꼭 독방에 갇힌 기분이다. 지난 13일 밤 답답해 고시원을 나섰다. 문 앞에서 만난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공부하기 힘들어도 할 수 있을 때가 좋은 거예요. 나중에 저처럼 후회해요." 그는 대학 졸업 후 중소기업에서 판촉 영업사원으로 5년간 일했다고 한다. 한 달 월급은 130만원 안팎. 조금이라도 젊을 때 공무원시험에 도전하려고 3년 전 퇴사했다. 그는 경찰공무원 시험에 4번 떨어졌다. 그는 "일하면서 모아둔 돈도 거의 다 써가는데, 한두 문제 차이로 아깝게 떨어지니 포기하지도 못하겠다"고 했다.


지난 8일 광주시 9급 공무원 합격 발표 소식이 전해졌다. 광주시는 2017년 일반행정직 경쟁률이 51.95대1로 가장 높은 곳이다. 광주에 응시했다 떨어진 수험생 박모(29)씨는 "결국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서른이다. 이제 취업도 결혼도 남 얘기가 됐다"고 했다.




노량진에서 생활하면서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인구는 5만명, 노량진으로 통학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노량진 공시족은 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국가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26만여 명이다. 정부가 내년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공무원 선발인원은 대략 3만명. 23만명은 시험에서 떨어진다. "10명 중 1명 붙기 힘들다"는 강사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공무원 시험 합격에 실패한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노량진에 머문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지만, 학원이나 독서실을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한다. 노량진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유모(32)씨는 "대전에서 딸의 합격을 기대하고 있는 부모님에게 공부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면서 "어디든 일단 취업을 하면 말하려고 작년부터 취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공시족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

취업 준비조차 포기한 이들도 많다.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이 PC방이다. 한 고시원 총무는 "이 고시원에 사는 30명 중 5명 정도는 10시쯤 일어나 PC방에 갔다가 어두워지면 돌아온다"며 "공부도 안 하고 무늬만 공시생인 셈이다"고 했다. 학원이 몰려 있는 노량진 중심가에만 예닐곱 곳 정도 있지만 학원 수업이 한창인 때도 PC방 대부분이 만석이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은 "1~2시간씩 하고 가는 사람보다 12시간, 25시간씩 한 번에 결제해놓고 매일 오는 고정 구성원들이 더 많다"고 했다. 한 수험생은 "집이 부유한 사람 중에 공부하는 흉내만 내다가, 나중에 가게를 차리겠다는 사람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이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공시생들은 더 혹독한 현실에 부딪힌다. 어학 점수나 인턴 경험 같은 '스펙'을 쌓을 기회를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노량진 공시족 대부분은 사기업 취업은 대부분 포기한 상태다. 수험생 박모(30)씨는 "자기소개서에 공무원 시험 준비 말고는 쓸 말이 없다"며 "나중에 취업 연령 제한에 발목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시족 열풍'이 불어닥친 게 대략 10년 전부터다. 지금껏 시험에 실패한 이들이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추적한 보고서를 찾지 못했다. 고시원 원장은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 같다. 주변과 연락을 끊고 사는 경우가 많아, 어디서 뭘 하는지 알기도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하는 기회비용까지 고려할 때, 공시족 열풍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매년 17조1429억원에 달한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2/20170922001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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