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건축 소재의 주역은 ‘목재’ VIDEO: Wood: a Material for the Future?


대나무로 지은 체육관

목재로 된 고층빌딩도 등장


  한 때 건축소재의 중심이었다가 변방으로 밀려났던 목재(木材)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한옥을 짓는데 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철근이나 콘크리트 같은 현대적 소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신개념 소재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목재가 세련된 외형의 현대적 건축물에도 활용되고 있다 ⓒ Chiangmai Life Architects


VIDEO: Wood: a Material for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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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뉴아틀라스(Newatlas)는 목재가 세련된 외형의 현대적 건축물에도 하나둘 씩 활용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목재가 건축 소재로 많이 사용되면 될수록, 철근이나 콘크리트 소재로 지은 건물에 비해서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대나무만으로 이루어진 대형 체육관 건물

태국 치앙마이 지역에 위치한 판야덴(Panyaden) 국제 학교를 방문하면 연꽃 모양으로 지어진 체육관 건물을 볼 수 있다. 300여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넓은 면적에 15m 정도의 높이로 지어진 이 체육관은 농구와 배구, 그리고 배드민턴 등의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고, 무대 설치가 갖춰져 있어서 다양한 문화행사도 소화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다른 체육관과 별 다른 차이가 없는 부분이지만, 일단 실내로 입장하는 순간 연꽃 모양의 건물에 대한 궁금증은 놀라움으로 바뀐다. 체육관 전체가 대나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근이나 콘크리트 같은 일반적인 건축소재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오로지 대나무만으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은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동남아 같은 열대 지역에서 대나무는 이미 건축 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자라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하고, 가벼우면서도 튼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 가옥처럼 소규모의 건물들에만 대나무를 적용해 왔기 때문에, 체육관 같은 대규모 건물을 대나무로 짓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고정관념을 태국의 건설회사인 치앙마이라이프이키텍트(Chiangmai Life Architects)社가 깼다. 이들이 시공한 체육관은 대나무만으로 지어졌다는 것이 의심될 정도로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웬만한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에는 끄떡도 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지어졌다는 것이 건설사측의 설명이다.


대나무만으로 지어진 체육관의 실내 전경 ⓒ Chiangmai Life Architects


특히 철근이나 콘크리트로 지어진 체육관 건물들이 대부분 폐쇄된 형태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대나무로 엮은 체육관은 자연적으로 환기와 채광이 될 수 있도록 개방된 형태로 지어졌다. 따라서 캄캄한 밤이 아니면 인공적으로 조명을 하지 않아도 내부를 밝게 유지할 수 있고, 에어컨이 없어도 그리 덥지 않은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에 대해 건설사의 관계자는 “철근이나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은 열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내부가 더울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하며 “반면에 대나무로 지어진 체육관은 열을 흡수하는 양이 적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나무를 건축 소재로 삼았을 때의 장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소재가 100% 천연의 대나무이기 때문에 철근이나 콘크리트 소재로 지은 건물에 비해서 탄소 배출량을 대략 90%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건축 전문가들은 “대나무 소재의 경우 아파트나 고층 빌딩 같은 수직형 건물보다는 체육관이나 전시장 같은 수평형 건물에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면서 “특히 소재 비용이 저렴하고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주로 열대 지방의 저개발 국가들이 짓는 건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덧붙였다.


고층 빌딩에 목재가 사용되는 것은 합판 기술 덕분

태국의 건설사가 대나무를 활용하여 채광성이 좋으면서도 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는 건물을 지었지만, 최근 들어 목재가 유망한 건축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내구성의 증가와 함께 화재에도 견딜 수 있는 내화(耐火) 성능을 확보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목재는 건축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된 소재였다. 하지만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미국의 대형 목조건물들이 잇따라 화재로 전소되면서, 대형건물을 지을 때 목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목재만이 가진 장점을 살리기 위해 꾸준한 연구가 이어졌고, 그 결과 화재에도 강하고 내구성도 탁월한 특수 목재들이 개발되면서 최근에는 고층 빌딩의 건축 소재에도 목재가 대거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캐나다 밴쿠버에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목조빌딩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18층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의 높이는 무려 53m에 달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기숙사로 사용될 이 빌딩은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현재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캐나다에서 지어지고 있는 지상 18층 높이의 목조 빌딩 ⓒ ubc.ca


우리나라도 지난해에 국립산림과학원이 국내 최초로 지상 4층의 목조 건축물을 준공한 바 있다. 그동안 2층 높이의 주택이나 건물의 일부를 나무로 짓는 경우는 많았지만, 건물 전체를 나무로 만 지은 것은 이 건물이 처음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관계자는 “4층의 목조 건축물은 연구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것”이라고 밝히며 “오는 2020년까지 목재만을 사용한 10층 규모의 아파트 건축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목조만으로 이루어진 고층빌딩의 건축이 가능해진 이유는 구조용집성판(CLT)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목재 가공 기술 덕분이다. 이 기술은 여러 나무 조각들을 서로 엇갈리게 쌓은 뒤 이를 압축하는 것으로서 일종의 합판을 만드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말 유럽에서 개발된 이 CLT 목재는 같은 소재로 이루어진 기존의 목재보다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목재의 단점 중 하나인 뒤틀림 현상이 없고, 내구성도 훨씬 높다. 또한 여러 겹의 나무를 붙였기 때문에 단단한데다 겉면에 내열코팅 처리까지 해, 불이 나도 잘 번지지 않아서 고층빌딩의 건축소재에도 사용할 수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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