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예비율' 왜 낮추려고 애쓸까?


전력 예비율 22%→18% 추진 논란

의도적 탈원전 정책 합리화 

스페인·독일 설비예비율 100% 넘어


유럽은 급할땐 전기 수입, 우리는 빌릴 데도 없는 '전력 섬'

수요 둔화 전망만으로 설비 줄이면 공급부족 사태 초래


  정부가 적정 전력 설비예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설비예비율은 정부가 장기 전력 수급을 통해 발전소 증설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전체 발전 설비용량 가운데 전력 피크에도 가동되지 않는 예비 발전설비 비중을 말한다. 설비예비율이 높을수록 발전설비에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전력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위해 설비예비율을 끼워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전력거래소 모습 출처 전기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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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2030년 전력 수요 예상치를 당초 전망보다 10% 하향 조정하고, 전기가 남아돈다고 공공연하게 홍보하면서도 최근 일선 기업에 전기 사용량을 줄이라는 급전(急電) 지시를 내리는 등 전력 정책과 관련한 이례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스페인·독일 설비예비율 100% 넘어

정부는 전기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발전 설비를 늘리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설비예비율을 낮추고 전력 수요를 적절히 관리하는 게 선진국 추세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은 설비예비율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날씨에 크게 좌우되는 신재생에너지는 일조량이 적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 생산이 사실상 중단된다. 이 때문에 대규모로 예비 설비를 확보해야 한다.



전체 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8.2%인 스페인은 설비예비율이 175%나 된다. 스페인의 높은 설비예비율은 최대 전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넉넉하게 발전 설비를 확보한 결과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41%에 달하는 독일은 설비예비율이 130%에 달한다. 독일은 전력 설비예비율이 높은데도 지난 1월 '블랙아웃' 직전까지 몰렸다. 흐리고 바람이 없는 날이 길게 이어지면서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평소의 6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황용석 서울대 교수는 "날씨가 흐려 태양광 발전이 안 되면 가스나 석탄 등 안정적인 출력을 낼 수 있는 발전소가 백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예비 설비를 충분히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유럽 국가들은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대신 예비 설비로 남겨두는 방식으로 설비예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전력 공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석탄 화력발전소 발전량은 줄이더라도 설비는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는 원전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등을 이유로 노후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를 대거 건립,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보완하려 하지만, LNG는 발전 단가가 석탄보다 비싼 데다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늘리면서 예비율 낮춘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릴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최대 50기가와트(�) 정도 설치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1㎿당 태양광은 설치 비용이 15억원 들고 육상 풍력은 25억원, 해상 풍력은 50억원 정도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태양광 발전 31.4�, 육상 풍력 2.5�, 해상 풍력이 11�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설치 비용만 108조원에 달한다. 부지 매입 비용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눈더미처럼 불어난다. 더군다나 신재생에너지는 가동률이 다른 발전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태양광의 가동률은 12%, 풍력은 18%로 원전(77.6%), 석탄(71.5%)보다 크게 낮다.


전문가들은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면서 설비를 줄이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전력 외딴섬'으로 유럽처럼 전력이 부족할 경우 이웃 나라에서 수입해 사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지금은 원전·석탄화력 등 발전 단가가 싼 발전기부터 가동을 시작해 LNG·신재생에너지처럼 비싼 순서대로 발전에 들어간다"며 "설비예비율이 낮으면 발전 단가가 비싼 발전기도 돌려야 하기 때문에 발전소를 적게 짓는다고 해서 결과적으로 비용이 줄어든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9/20170809003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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