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에너지 '신기루'


남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탈원전 모범국 독일도 어려움 숱해

섣불리 따라했다가는 망하기 십상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이후 태양광·풍력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를 핑크빛으로 덧칠하는 담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빠지지 않는 게 있다. 탈원전 모범국 독일 사례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 정부는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에너지 전환)’란 이름 아래 과감한 탈원전 정책을 채택해 청정에너지 활용에 성공했다는 거다. 그러니 우리도 독일 케이스를 잘 따르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탈원전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남정호 조선일보 논설위원


과연 그럴까. 유감스럽게도 수년 전부터 ‘독일 신재생 에너지 계획은 문제투성이’라는 해외 주요 언론의 분석이 꼬리를 물고 있다. ‘다른 나라가 섣불리 독일을 쫓아 했다간 망하기 십상’이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이유는 다양했다. 우선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불안정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아주 맑거나 바람이 센 날이면 전체 수요의 8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전기가 풍족해진다. 하지만 흐리거나 바람이 없으면 온 세상이 암흑으로 변할 정도로 전기가 달린다.

 

적잖은 원전을 서둘러 닫아버린 독일 정부로서는 예비전력을 공급할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 청정에너지를 향한 꿈이 거꾸로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화력발전소를 양산하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계속 줄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5년에 증가했다.

 

전기요금의 급등도 못지않게 심각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우 유지비는 거의 안 든다. 대신 설비를 갖추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지난해 독일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쏟아부은 돈은 250억 유로(31조여원). 이 중 20억 유로(2조여원)만 재정에서 충당하고 나머지 230억 유로(29조여원)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고 한다. 이 결과 독일 가구당 연간 전기료는 2007년보다 50% 이상 오른 1060유로(133만여원)로 뛰었다.

 



생각도 못한 ‘에너지 프로슈머(생산적 소비자)’ 역시 전기값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에너지 프로슈머란 자가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한 뒤 자신이 쓰거나 남는 전력은 내다 파는 이들을 말한다. 프로슈머가 늘면서 예상 밖의 피해자들이 생겼다. 전력회사들이었다. 자가생산된 전기가 시장에 풀리자 전력회사의 수입은 크게 줄었다. 이는 전력회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져 전기료는 더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터라 다른 나라, 특히 한국은 독일을 섣불리 따라 했다간 엄청난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독일에 비해 국토는 작고 인구밀도는 높은 탓이다. 통상 1기가와트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이나 화력발전소가 차지하는 면적은 0.6㎢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를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하려면 약 44㎢의 땅이 필요하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5배를 넘는 크기다. 풍력발전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202㎢가 든다. 이뿐만 아니라 풍력발전 터빈 날개에 새들이 부딪히는 사고도 많아 독일에선 한 해 수만 마리가 희생된다고 한다.

 

결국 태양광·풍력 발전에 한국이 적당한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또 청정에너지 생산을 위해 만드는 태양광 패널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둔갑할 위험도 없지 않다. 태양광 패널 속에 납·구리 같은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있는 탓이다.

 

멀리 보면 재생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추구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독일이 한다고 우리 역시 손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걸로 단정하면 큰 착각이다. 더 나은 미래는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 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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