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부동산 대책] 서울·과천 등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단지 행보 '엇갈려'


"사업 늦추거나 서두르거나"

과천 주공5단지 조합인가신청 연기하기로

사업 초기단지들 "급할 것 없다"

초과이익환수 피해야 하는 반포 주공1단지 등은 

사업 예정대로 추진 


    경기도 과천시 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다음 달 조합창립 총회를 열되, 조합승인 신청은 뒤로 미루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곳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조합설립인가가 나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9일 사업승인을 신청하는 반포 주공1단지 전경 출처 한국건설안전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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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9일 서초구에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한다.


사업승인을 신청하면 이날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는 금지되지만 내년에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피하려면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 해 한시도 사업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8·2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과천 등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단지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야 하는 단지들은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기 위해 사업 일정을 앞당기는 모습이고, 그렇지 않은 사업 초기 단지들은 정책 변화를 지켜보자며 느긋하게 가자는 입장이다.


과천 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다음 달 중순 조합 창립총회를 열지만 조합설립인가 신청은 일정 기간 뒤로 미룰 예정이다.


이 아파트 오영석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9일 "재건축 조합설립인가가 나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는데 갑작스러운 정부 정책으로 입주 때까지 집을 팔지 못하게 된 조합원들에게 일정 기간 매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약 두 달 정도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늦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젊은 사람들은 재건축 후 들어와서 살면 되지만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최소 5∼6년을 기다려서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며 "그런 분들까지 매도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과천에서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주공4단지와 10단지,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단계인 주공 8, 9단지 등 재건축 초기 단지들도 정부 정책을 보면서 사업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의 대표 재건축 추진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사업 초기 단지들도 굳이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는 분위기다.




압구정동 중개업소 대표는 "압구정은 아직 추진위원회 설립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집수리가 잘된 곳도 많아서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라며 "초과이익환수, 분양가 상한제 등의 정책 변수를 보고 느긋하게 사업을 추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야 하는 단지들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는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관계자는 "재건축 분담금이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우려되는데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게 전체 조합의 이익을 위해 급선무"라며 "더는 사업일정을 늦출 수가 없어서 다는 게 조합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포 주공1단지는 이런 급박한 사정 때문에 정부 대책이 발표된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집을 꼭 팔아야 하는 조합원들이 시세에서 2억∼3억원 낮춘 급매물을 내놔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아파트도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사업승인이 나면서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상태다.


신천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입주때까지 집을 못파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조합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다수는 초과이익환수를 피하기 위해 연내 관리처분인가까지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게 조합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조합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 예외조항에 걸려 일시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단지들은 다음 사업추진 단계를 늦춰야 할지, 서둘러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이래저래 재건축 사업이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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