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현은 北 스파이?"


재입북 미스터리 풀릴까

가지고 있던 모든 것 고스란히 남겨둬...이상한 점 발견

"포사령부 군인 출신도 거짓말…北공작원 만나 단둥 거쳐 입북"

"김정은 정권이 치밀하게 계획…임씨, 지금 영웅대접" 증언

경찰, 자발적 입북 의혹 수사


北 보위부출신 탈북자 본지 단독 인터뷰 


 '남남북녀' 방송화면 캡처, 임지현이 대화를 하고 있다. 출처=TV 조선


재입북해 기자회견 하고 있는 임지현. 출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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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입북한 탈북자 임지현 씨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거주했던 서울 강남 소재 한 고시텔 전경. [박재영 기자]

지난 16일 북한 선전매체에 등장한 탈북 여성 임지현 씨(26)가 애초부터 김정은 정권의 기획에 따라 위장 탈북한 뒤 사실상 대남공작원 활동을 해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임씨가 우리나라 방송에 출연해 '조선 인민군 포사령부 소속 군인 출신'이라고 소개했던 것도 주목을 끌기 위한 거짓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도 애초 제기된 납북 가능성과 함께 임씨가 고의로 남한에서 활동한 후 자발적으로 재입북했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20일 북한 보위부 출신 탈북자 이준호 씨(57)는 서울시 내 모처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과거 보위부에 근무했을 당시 함께 활동하던 중국 정보원과 최근 통화해 보니 '북한으로 되돌아간 임씨는 자발적으로 북 공작원과 만나 아주 매끄럽게 입국했다'는 정보를 들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난 4월 초 출국 후 중국에 약 2개월간 머물다 6월에 북한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씨의 주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납치설'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이씨가 북한에서 근무했던 보위부는 이 같은 탈북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중국 대관업무 등을 주로 담당한다. 이씨는 2006년 남한으로 넘어왔다. 직전까지 10년 이상 보위부 간부로 일하면서 북한 접경 중국지역 정보 수집 업무를 맡았고, 귀순 후 군 정보수집기관인 국군기무사령부와 함께 일하기도 했다. 


이씨는 "임씨의 구체적인 재입북 경로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임씨는 북한 정찰총국을 통해 중국 단둥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갔다"며 "납치라면 절대 불가능한 경로"라고 밝혔다. 정찰총국은 북한의 대남·해외 공작 업무와 대남공작원들을 총괄 지휘하는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기구다. 사실상 대남공작원을 관리하는 기관이 임씨를 직접 인수해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증언에 비춰볼 때 이전부터 임씨는 정찰총국과 밀접하게 연락해온 공작원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씨가 머물던 강남 고시텔


이씨는 "임씨가 TV에 나와 '조선 인민국 포사령부 소속 군인이었다'고 본인을 소개했던 것도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며칠 전 북한 선전매체와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뒤 임씨는 북한 간부와 인민들 사이에선 정치적으로 큰일을 해내고 남한을 탈출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접촉한 중국 현지 정보원에 따르면 임씨 탈북은 김정은 정권 초기 시절부터 치밀하게 짜인 기획이라고 한다. 


이씨는 "김정은 정권하에서 좀 힘들어도 (한국 등으로) 나가면 더 힘들다는 메시지를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일종의 광고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런 치밀한 시나리오 뒤에는 북한 정찰총국 선전부 보위부가 함께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임씨가 남한에 입국한 2014년 1월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 유명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평양으로 초청하는 등 대내외 선전공작이 활발했던 시기다. 


일부 언론은 '임씨가 남한에서 짐 정리를 하지 않고 급하게 떠난 것 같다'고 보도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소 차이가 났다. 임씨가 머물렀던 서울 강남 소재 고시텔을 이날 매일경제 기자가 방문한 결과, 관리인 A씨는 "최근 임씨 방을 정리했는데 남은 건 거울, 머그컵, 두꺼운 겨울옷 등 버릴 것뿐이고 쓸 만한 것은 싹 챙겨 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임씨는 이전에도 중국을 종종 오갔고, 한 번 가면 1~2주씩 방을 비웠다고 한다. 임씨는 같은 층 사람들과 거의 교류가 없었고 인근 세탁소·편의점 등도 거의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남 역세권에 있는 이 고시텔은 월세가 40만~50만원 수준이어서 좁은 원룸 치고는 그런대로 고급에 속한다. 


이씨는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 가운데 임씨처럼 공작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들어온 탈북민 중엔 직접 국가보위부에서 임무를 받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다"며 "정체가 탄로날 것 같으면 남한 정부에서 준 임대주택 보증금을 빼 그 돈으로 외국으로 도피하거나 북한으로 되돌아간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도 임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와 재입북 경위를 수사 중이다. 보안수사대 관계자는 "현재 기획입국 후 재입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씨의 정확한 재월북 배경은 경찰 수사가 끝나기 전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임씨 주변 일부 탈북자들 중에선 "임씨가 평소 북한 가족들에게 매달 송금해 왔는데, 배달 사고를 해결하러 중국에 간다고 했다"는 증언도 일부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이 벌써 3만명을 넘어섰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이 내부 개혁에 골몰하느라 새터민 관리엔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른 탈북자 출신 B씨는 "일부 탈북자 중에는 남한에서 기대했던 것과 다른 각박한 삶에 지치거나 가족이 그리워 북한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정권이 바뀌고 국정원 등 공안기관 개혁한다고 줄서기를 하다 보니 이런 데는 정신이 없다"며 "국정원, 경찰 등 관련 기관에서 탈북자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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