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센터가 혐오시설?…한국콜마 연구소 건설 주민 반대로 '차질'


내곡동 주민들 "화학·유해물질 내뿜는 제약연구소 결사 반대"

한국콜마 "화학물질 배출 환경부 기준치보다 낮아"

산업계 "R&D 투자도 못하게 하면 기업 설 땅 없다"


   21일 서울 내곡동의 한국콜마 통합연구소 건설 현장. 공사장 맞은편에 있는 보금자리 아파트단지인 서초더샵포레와 서초포레스타에는 ‘주민 생명 위협하는 한국콜마 연구소 건설 결사반대’ ‘콜마 OUT’ 등이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 연구소가 유해물질을 내뿜는 혐오시설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콜마는 유해시설이 아니라고 설득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첫 삽을 뜬 공사가 두 달째 진척되지 않고 있다. 



연구소가 유해시설이라는 주민들 

한국콜마 내곡연구소는 8127㎡ 부지에 지하 4층~지상 6층 건물로 세워진다. 세종 오창 등 14곳에 흩어져 있는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관련 연구조직을 합친 통합연구소다. 내년 12월 완공되면 연구원 500여 명이 근무한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유해물질 배출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결사반대하고 있다. 화학실험 과정에서 유해가스가 배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병희 내곡콜마건설비상대책위원회 고문은 “연구소 부지에서 70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있다”며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유해물질을 내뿜는 연구소가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콜마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세종시에 있는 생명과학연구소의 배출 공기를 측정해 15개 배출가스 항목 중 메탄올 아세톤 등 9개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고 벤젠 등 6개 물질은 환경부 기준치보다 낮았다는 결과도 내놓았다. 주민이 반대하는 동물실험도 다른 곳에서 하겠다고 했다.


한국콜마는 네 차례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통합연구소 1층에 주민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주민 추천을 받아 전문가 실사단을 구성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연구소에 대한 상세 설명 자료를 각 가구에 보내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주민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부당한 특혜 vs 법적 문제 없다” 

한국콜마의 지주회사인 한국콜마홀딩스는 지난해 3월 SH공사와 수의계약을 맺고 연구소 부지를 399억원에 매입했다. 주민들은 서초구청이 한국콜마홀딩스를 수의계약 추천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적격심사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가 2015년 12월7일 부지매입 신청을 한 지 불과 9일 만에 서초구청이 서둘러 SH공사에 한국콜마홀딩스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서초구청과 SH공사는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다. 연구시설이 들어올 수 있는 자족시설용지인 데다 국토교통부 훈령에 따라 SH공사가 서초구청이 추천하는 매입 희망자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추천서도 있었다”며 “외부기관의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계약 주체와 입주사가 다른 것도 문제 삼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가 부지를 매입했는데 한국콜마 콜마파마 등 계열사들이 입주하기 때문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계열사를 대신해 부지 계약을 할 수 있다”며 “용도에 어긋나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민 “녹지공간, 편의시설 유치” 요구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서초구청은 주민들과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여덟 차례 회의를 했다. 그러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석곤 비대위원장은 “2012년 아파트 분양 당시 자족시설용지의 3분의 1이 녹지 공간이었다”며 “원래대로 녹지 공간을 확보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상가 등 편의시설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는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현재 서울에만 16개 제약사 연구소가 있지만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주민과 갈등을 겪는 곳은 없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연구소는 생산공장과 달리 유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며 “R&D 투자도 못하게 하면 기업이 설 땅이 없다”고 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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