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중단, '국민이 정해야'


국민에게 수십년 영향줄 사안

5년 임기 대통령 일방 결정 무리수 

스위스, 국민투표 1차부결 후 통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 수명은 연장하지 않겠다"면서 "탈핵(脫核) 시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스위스 베츠나우 원자력 발전소. 2019년 폐쇄된다. /스위스원자력안전원


스위스, 원전 완전 퇴출 Swiss vote to withdraw country from use of nuclear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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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원전 조기중단 국민투표 "부결" Switzerland votes against strict timetable for nuclear power phas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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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경주 지진을 통해 우리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고 했다. 여기에 공감하는 국민도 상당수일 것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우리는 국토 면적당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이고 고리원전 단지는 반경 30㎞ 안에 380만명이 살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에너지원(源)의 97%를 수입하는 나라다. 연평균 에너지 수입액은 1600억달러를 넘는다. 그러나 원자력은 발전 원가 중 원료값 비중이 2%밖에 안 돼 연간 8억달러어치 수입 우라늄만 갖고도 국가 전력의 30%를 생산해내고 있다. 원자력 전기는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오염 해소에도 유리하다.


문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건설을 중단하고 임기 중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쇄하겠다"고도 했다. 대신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합치면 전력 공급의 70%나 된다. 원자력 전기를 모두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한다면 LNG를 연간 19조원 더 수입해야 한다. 풍력·태양광은 아직 대용량 에너지를 공급할 능력이 못 된다.




후쿠시마 사고 후 17기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결정한 독일은 풍력·태양광 비중을 늘리면서 지난 10년 사이 주택 전기 요금이 78%나 올랐다. 풍력·태양광은 바람이 안 불고 구름이 낀 날은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그나마 유럽은 국가 간 전력망으로 이어져 여차하면 이웃 나라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전력에 관한 한 섬나라나 다름없다.


에너지 문제는 어느 쪽이든 양면이 있다. 만약 탈핵 정책으로 가면 어렵게 쌓아온 원자력 기술의 맥(脈)이 끊겨 버린다. 다음엔 원자력 산업을 새로 일으켜 세우기도 힘들게 된다. 한번 방향을 정하면 수십 년 동안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에너지 정책이다. 그래서 독일은 2011년 탈핵을 결정하면서 17명으로 구성한 '안전한 에너지 공급 윤리위원회'가 두 달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11시간에 걸친 생방송 TV 토론과 의회 표결 과정도 거쳤다. 물론 그 전에도 오랜 토론이 있었다. 스위스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 퇴출을 결정했다. 반면 영국은 원전 확대 정책을,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후 정지시켰던 원전들을 차츰 가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5년 임기다. 어떻게 보면 짧은 기간이다. 할 수 있는 결정이 있고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다. 탈(脫)원전이나 교육 체계의 근간을 손대는 것과 같은 나라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문제는 5년 임기 대통령이 자신의 선호나 편견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설사 밀어붙인다고 해도 5년 뒤에 바로 뒤집힐 수 있다.


지금 원자력과 석탄 의존도를 줄인 후 뭐로 에너지 대안을 삼을 것인지 로드맵조차 없다. 대뜸 탈핵 선언부터 했는데 이것은 정치하는 식으로 될 일이 아니다. 지금 정부에서는 원자력에 적대적인 시민 단체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한쪽에 치우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다. 탈핵 선언 같은 중대한 에너지 정책을 변경하려면 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국민 전체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9/20170619027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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