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활용 질병 치료 Targeted Neuroplasticity Training (TNT)


질병 진단과 치료, 

학습 효과 향상까지


   질병 치료의 역사는 약물로 대표되는 ‘화학적 요법’과 수술이 상징하는 ‘물리적 요법’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인류가 전기를 다룰 줄 알게 되면서, 여기에 한 가지 방법이 더 추가되기 시작했다. ‘전기적 요법’이 바로 그것.


무선으로 전력을 제공하여 질병을 보다 빨리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 Ella Maru Studio


Targeted Neuroplasticity Training (TNT)

http://www.darpa.mil/program/targeted-neuroplasticity-tra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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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뉴아틀라스(Newatlas)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전기의 다양한 성질을 이용하여 질병을 진단하는 체내 측정 장치를 개발하거나, 신체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전기는 에너지일 뿐’이라는 상식에서 벗어나 진단 및 치료와 같은 의료 분야에까지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무선 전력 전송 기술로 체내 의료기들에 전력 제공

위장 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할 때 사람들이 곤욕을 치루는 이유는 선(線)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시경에 달린 케이블이 식도와 항문을 통해 들어갈 때, 주위를 자극하기 때문에 환자가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삼키는 캡슐형 내시경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발되었다. 마치 알약처럼 카메라를 삼켜 장내 상태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유선(有線) 내시경이 주는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획기적인 의료기였다.


그러나 캡슐형 내시경은 지금까지 상용화가 되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그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배터리의 성능을 꼽고 있다. 의료진이 내시경 카메라를 통해 충분히 관찰할 수 있으려면 배터리를 장시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크기도 작아야 하는데 캡슐형 내시경의 배터리로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배터리를 없앨 수만 있다면 더 작고 삼키기 쉬운 캡슐 내시경 개발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내시경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체내에 들어가서 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마이크로 센서나 질병을 치료하는 마이크로 로봇, 그리고 질병이 있는 장소에만 약물을 투여하는 스마트 약물 등에 모두 해당된다.


식도에서 부터 위장, 그리고 결장까지 어느 부위든 무선 전력 전송 기술로 의료기에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 MIT


이에 미 MIT대를 중심으로 한 공동 연구진이 최근 배터리를 없앤 마이크로 센서 개발에 착수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배터리를 센서에서 없애는 대신에,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을 이용하여 장내에 있는 센서에 동력을 제공하는 것.


공동 연구진이 개발 중인 마이크로 센서는 10초마다 식도와 위, 그리고 대장 등 원하는 장기의 활동 상태와 온도 등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연구진은 우선 100~200mW의 전류를 피부에서 2~10cm의 깊이까지 전송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원하는 체내 부위로 센서를 이동하는 테스트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특히 피부와 가까운 체내에서는 30mW의 저전력만으로도 작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몸속으로 계속해서 전력을 공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MIT대의 관계자는 “이번 실험에서는 어떤 조직 손상이나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밝히며 “물론 전송 거리를 더 늘릴 필요도 있고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도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테스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배터리에 대한 걱정 없이도 신체 내에 삽입되는 의료기기들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라고 밝히며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의 시도는 질병의 진단 및 치료에 이용되는 전기의 가능성을 확인한 실험이라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전기로 뇌신경 자극하여 학습 능력 향상시켜

MIT대의 연구진이 전기를 통해 질병의 원인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 미 정부의 방위사업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전기 자극을 통해 학습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표적 신경성형 훈련(TNT, Targeted Neuroplasticity Training)’이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얼굴의 감각과 일부 근육을 지배하는 뇌신경을 전기로 자극하여 병사의 적응력과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병사들에게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적용하는 이유에 대해 DARPA의 관계자는 “현대전(現代戰)에서는 전문적으로 훈련된 병사와 장교를 양성하는데 있어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설명하며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시간이 단축될 수 있으므로 이 같은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기로 뇌신경을 자극하여 병사들의 학습효과를 향상시키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 DARPA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계급에 따른 훈련뿐 만 아니라 특정한 직종, 예를 들면 비행기를 조종하는 파일럿 같은 경우는 단시일 내로 양성하기 힘든 분야이기 때문에 학습 능력을 높이는 것이 빠른 양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작전 지역이 외국일 경우 병사들이 현지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일인 만큼,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도 전기적 자극을 통해 학습 능력을 올릴 수 있다면 이 또한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DARPA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아리조나대학이 추진했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을 전기로 자극하는 방식을 통해 중추신경계의 도파민 및 노어에피네프린 분비를 증가시켜 적응력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미 공군에서 건강한 자원자를 모은 후 정찰 사진에서 적을 확인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삼차신경을 자극한 사람이 더 높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사격 테스트에서도 신경 자극을 가한 병사들이 더 뛰어난 사격 실력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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