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사는 남자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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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남자

2014.06.25

톰 크루즈 주연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더그 라이만 감독)’는 리셋(Reset)과 ‘타임루프(Time Roof같은 시간대를 반복해 경험하는 현상)'를 다룬 영화입니다. 주인공이 미래에 침투하여 지속적인 변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상대방의 무의식 속에 왜곡된 정보를 이식하는 내용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영화 ‘인셉션(Incetption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인셉션’이 주제를 숨겨 죄의식을 다룬 철학적 성찰의 영화라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액션에 방점을 찍은 SF 전쟁영화라고나 할까요.

미군 빌 케이지 소령(톰 크루즈)은 전투를 꺼리는 소심한 공보장교입니다. 지구를 침략한 외계 종족과의 전투 현장에서 홍보물을 촬영하라는 연합사령관의 명령에 불복하다 탈영병 신분으로 최전선에 배치됩니다. ‘쭈꾸미’를 닮은 외계인과의 첫 교전에서 부대원은 전멸하고 어리바리한 신참인 케이지 이병 역시 속절없이 전사합니다. 외계생명체는 지구연합군의 작전을 내다보고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것은 이 지점 부터입니다. 케이지가 깨어나 보니 현재(처음 부대에 배치된 날)로 되돌아와 있단 말이지요. 미래의 전쟁터에서 한바탕 활극을 펼치다 죽으면 다시 현재로 되돌아오곤 해 혼란을 겪습니다. 살고, 죽고, 다시 살고…. 외계인과의 접촉으로 타임루프에 갇힌 것입니다. 상황과 사건을 리셋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케이지는 다시 태어날 때마다 더욱 강력한 전투 병기로 탈바꿈합니다.

외계생명체 역시 미래를 예측하고 시간을 되감는 능력을 갖고 있는 터라 걸림돌인 맹랑한 지구인을 제거하려 합니다. ‘죽어야 사는 남자’ 케이지는 시행착오와 반복되는 학습을 통해 위험 회피 수단을 강구하고 대처능력을 보완하여 미래의 국면을 유리하게 각색합니다. 마침내 케이지는 비슷한 능력을 지닌 '같은 과(科)' 여전사 리타(에밀리 블런트) 등 동료와 팀을 이루어 외계생명체를 지배하는 핵심지능이자 중추신경계인 ‘오메가’를 파괴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군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미래로 되돌아가고(Back to the Future)’, 죽으면 깨어나 ‘현재로 복귀한다(Back to the Present)’는 설정이 새롭진 않지만 그럴 듯합니다. 영화의 엔딩 시퀀스는 오프닝과 겹칩니다. 케이지 소령이 상관의 호출을 받고 사령부에 도착하여 헬리콥터에서 내리는 장면이지요. 그렇다면 의문이 생길 수밖에요. 아니, 전투 전부터 지금까지의 상황 전개와 사건 진행 역시 리셋의 결과물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리셋의 원점은 언제로 소급되는지, 그리고 도대체 언제까지 진행될 것인지?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만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블록버스터지만 마냥 웃고 즐기는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영화관을 나서는 마음이 무거웠답니다. ‘내일을 살다 오늘로 돌아오는’ 포스트휴먼과 ‘내일에 대한 확신 없이 오늘을 사는’ 현생인류의 삶이 대비되어서였지요. 현재는 불안정하고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꿈도 희망도 없이 오늘을 힘겨워하는 이웃이 있을 거예요. 내일 죽기 위해서라도 오늘을 어떻게든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이.

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외국어대 독어과 졸업. KAL 프랑크푸르트 지점장 역임.
한국수필(2008, 수필) 신인상 . 시와문화(2011, 문화평론) 신인상.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애기도라지 (초롱꽃과)


이번 제주도 꽃 탐방 길에서 만난  꼬마 요정 같은 깜찍스러운 꽃, 애기도라지꽃입니다. 가늘고 여린 가지 끝에 피워 올린  청아하고 밝은 꽃 한 송이, 작으면서도 작아 보이지 않고 오밀조밀 모양 갖춘, 되레 탐스럽고 단정한 품새와 매혹적인 연보랏빛의 색깔에 보는 이는 넋을 잃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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