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거 없어 문 닫는 건설사들
남는 게 없는 건설사,
1억원 공사에 원자잿값만 ‘9300만원’
3분기 매출원가율 93%
21년보다 5.5%p 상승
현대건설은 95% 넘어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하고 있다. 매출에서 제품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인 매출원가율이 90%를 넘었다. 보통 80% 중반에서 움직이던 지표인데 최근 몇년 동안 급등한 것이다. 일부 건설사는 매출원가율이 95%를 넘어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상태에 달한 곳도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수익성 악화
PF손실 등 돌발상황 발생하면 적자전환
미수금 급증으로 매출채권도 1년9개월 새 10조 넘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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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건설(25,350원 ▲ 0 0%), DL이앤씨(32,550원 ▲ 500 1.56%), GS건설(17,910원 ▼ 350 -1.92%), 포스코이앤씨 등 10개사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3분기 기준 93.0%로 집계됐다. 2021년 87.5%에서 5.5%p(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원가율이 93%라는 의미는 매출액이 1억원이면 이중 원자잿값이 9300만원이고 남은 700만원으로 각종 세금, 영업인력 운용 비용, 판매관리비 등 다른 비용을 빼고 건설사들이 이익을 가져간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급격한 건축비 인상이 없는 상태에서 건설사 매출원가율은 80% 중반을 유지해 왔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의 매출원가율이 주요 건설사 중 가장 높다. 3분기 말 기준 현대건설의 매출원가율은 95.1%다. 코오롱글로벌(8,870원 ▲ 60 0.68%)(94.8%), 포스코이앤씨(93.7%)도 90%를 훌쩍 넘은 매출원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원가율 급등은 건축비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김창수 나이스신평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2021년부터 2022년에 착공한 사업장에서 건축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원가율이 오르고 건설사들의 이익도 크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32로 잠정 집계됐다. 이 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보고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130이라는 것은 2020년보다 30% 이상 건축비가 올랐다는 의미다.
매출원가율이 높아지면 대규모 공사를 수주해도 건설사의 이익이 줄어든다. 이렇게 수익성이 악화한 상태에서는 건설사들이 돌발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책임준공 확약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돼 손실이 발생하면 건설사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3분기 205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는데 공사원가 급등으로 인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출원가율이 높아지면서 보통 7~8%를 유지하던 주택사업의 영업이익률도 3% 전후까지 떨어진 건설사들이 많다”라면서 “남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미수금 등 ‘받지 못한 돈’이 늘면서 매출채권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2022년 말 20조5000억원이던 매출채권 규모는 지난 9월 말 31조9000억원으로 55.5%(11조4000억원) 늘었다. 2년도 안 돼 매출채권 규모가 10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건설사 자체 사업장의 분양 미수금이 늘었다. 또 공사는 진행됐지만 건설사가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가 늘어난 것도 매출채권 증가의 이유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짧은 시간안에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획‧경영본부장은 “시장이 여전히 안 좋고 비용 상승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데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부문의 투자 확대나 규제 완화,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미반영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의 이익 정상화 시기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해용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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